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국립인류학박물관의 모습은 스페인 통치 이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압도적인 양과 스케일의 소장품이다.
그중에서도 올멕 문화의 걸작인 ‘군상(Group of Figures)’과 세계사를 대변하는 아스텍 문화의 유적이자 멕시코의 상징인 22t짜리 ‘태양의 돌(Sun Stone)’은 소문만큼이나 압도적이었다.
박물관 1층이 고전시대, 테오티와칸, 마야, 톨텍 등의 문명에서 발굴된 뛰어난 유물을 모아 놓은 전시실이라면, 2층에는 지금도 멕시코 전역에 살고 있는 인디언, 그 후예인 토착민 집단의 민족학(Etnografia)을 다루고 있다.
지방별, 부족별로 각 원주민의 관습이나 풍습, 민속 등을 다양한 형태로 접근한 탄탄한 구성의 기획전은 멕시코인들의 살가운 온기를 전하기 충분했다.
국립인류학박물관에서 인디언 원주민들이 과거와 현재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연구해오고 있다.
박물관 소속 연구자 50여 명 중에서 인디언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연구자는 11명이나 된다.
이들 연구자는 각자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인디언 그룹에 대한 연구에서부터 인디언의 수공예품, 삶, 의식 등 각자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세분화된 내용들로 연구에 몰입하고 있다.
이처럼 박물관 내 연구자들의 연구 방식은 매우 폭넓기도 했고, 특별해 보였다.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또 다른 연구의 주제를 잡아가고, 결과물을 전시하고, 발표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축적된 자료들 또한 어마어마했다.
아르투로 고메즈 마르티네스(Arturo Gomez Martinez) 연구원은 “인디언 연구도 하면할수록 세밀해진다”며 “이를 테면 64개 마을에 원주민 부족이 있고 이를 언어로 나누다 보면 150여개에 이른다”고 인디언의 언어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 중에서도 아즈텍 언어인 나우아뜰(nahuatl)이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지만, 오토미족(Otomi)은 약 50만 명 정도가 부족을 이루며 살고 있는데 그 안에 2~3명만 오토미족 안의 또 다른 언어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장 400여년에 이르는 식민지를 거치면서도 언어와 문화, 풍습 등을 잃지 않았고,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이면서 변화된 문화와 문명까지도 품에 안았던 멕시코 원주민들. 그들이 존재했기에 현재도 뿌리깊은 무형유산들도 탄탄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곳에서는 문명의 소용돌이 속에 살았던 그들의 후예들이 멕시코의 뿌리를 찾아가는데 열정을 쏟고 있었다. 인디언 연구자들은 삼삼오오 자리에 모이면 그동안의 연구 내용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연구자들이 구입하거나 기증받아온 인디언 유물들을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 자원봉사자들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 한 켠에서는 인디언의 직물을 진지하게 살펴보고 있는 대학생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박물관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멕시코 멕시코시티 = 김미진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