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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
유길종 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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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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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은 지난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종전에 발부된 구속영장이 지난 16일로 만료됨에 따른 것이다.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로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 최장 6개월간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박 전 대통령측은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6일 구속영장 후 처음 열린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은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지길 바란다”며 자신에 대한 재판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비난했다.

 유영하 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인단 7명은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후 재판부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유 변호사는 “재판부의 추가 영장 발부는 사법부의 치욕적인 흑역사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고, “무죄 추정과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변호인들은 피고인을 위한 어떤 변론도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모두 사임하기로 했다”면서,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피를 토하는 심정을 억누르면서 살기가 가득 찬 법정에 피고인을 홀로 두고 떠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수사기관이 본래 의도하고 있는 사건의 수사를 위하여 다른 범죄사실로 피의자를 구속하는 별건구속에 관하여는 여러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과 같이 법원이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구속된 피고인에 대하여 별개의 다른 범죄사실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추가 구속에 대하여는 별다른 이론이 없었다. 대법원은 “구속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위 방식에 따라 작성된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에만 미치는 것이므로, 구속기간이 만료될 무렵에 종전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다른 범죄사실로 피고인을 구속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에 대한 구속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0. 11. 10.자 2000모134 결정)고 판시한 바 있고, 이에 대한 주목할 만한 반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실무상 구속된 피고인의 범죄사실이 복잡하여 심리가 6개월을 넘어서게 되는 경우, 법원이 기존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포함되지 않은 별개의 기소된 범죄사실에 관하여 추가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고, 이는 우리 형사소송법이 구속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결과로 인정되었다. 같이 구속되어 재판받고 있는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피고인 등 다른 공범들은 모두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구속이 연장된 상태이다.

 결국, 추가 구속영장 발부는 위법하거나 이례적인 것이 아니고, 단지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구속의 사유가 인정되는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되기 전에 이미 여러 차례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입맞추기를 시도하고, 최순실씨와 차명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재판절차의 진행에도 비협조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하여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는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범죄사실과 큰 차이가 없는 사유로 국회의원 234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안이 가결되었고, 헌법재판소에서는 재판관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이 내려졌다. 최근에 자유한국당 윤리위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한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탈당을 권유하기조차 했다. 이런 처지의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재판을 정치보복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변호인이 모두 사임하고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을 거부한다고 해서 사법적 단죄가 불가능해지는 것도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라도 변명과 버티기, 시간 끌기를 그만두고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양식과 품위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유길종<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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