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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시는 여전히 붉다…사라진 게 아니다. 우리가 찾지 않은 것 뿐이다
송영애 전주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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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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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시(八月枾)는 ‘음력 팔월에 익는 이른 감’으로 전주 십미(十味) 중 하나다. 십미에도 문헌에 기초하여 나름의 순서가 있다. 첫 번째가 파라시다. 그리고 열무(열무수), 녹두묵, 서초(西草, 담배), 애호박, 모자, 게(蟹), 무(무수), 콩나물과 미나리다.

 파라시의 모양은 둥근 사각에 가까우며 지름 5cm 내외가 대부분이다. 7cm가 넘으면 큰 편이다. 당도가 높고, 물이 많다. 나무에서 홍시가 되면 바로 땅으로 떨어진다. 맛 빼고는 상품성이 없다. 가장 큰 특징은 색이다. 일반 감이 주황색이라면 파라시는 빨간색에 가까운 다홍색이다. 나무에 걸린 그 붉은 빛은 멀리서도 한 눈에도 띌 정도다.

 파라시는 1967년 전주시관광협회에서 발행한 이철수의 『전주야사(全州野史)』 부록(附錄)에 기록되어 있다. 그대로 옮기면 이와 같다.

 “名稱 : 파라시(八月枾) / 位置 또는 主産處 : 사정골(射亭里) 西棲鶴洞 감시장 / 由緖 : 성황골(城隍祠·기린봉록), 객사동콜(客舍洞·上關大聖里), 평촌(龜耳洞·平村)産이 특히 유명하였다.”

 1977년에 출판된 최승범의 『난연기(蘭緣記)』에서는 “「전주의 미각」하였을 때 생각나는 가람 (李秉岐)의 시조가 있다.”고 하였다.

 “선왕골 파라시는 / 아직도 아니 붉고 / 기린봉(麒麟峯) 열무 / 팔미(八味)의 하나라지 / 배급 탄 안남미(安南米) 밥도 / 이 맛으로 먹히네.”

 1950년대 초, 교동 양사재에서 창작한 근음삼수(近吟三首) 중의 일부로 알려져 있다.

 파라시의 맛에 대해서도 한 줄 남겼다.

 “술 마신 후의 입가심으로 선왕골 파라시면 술꾼에겐 오히려 약이 되고 남을 것이다.”

 파라시는 물이 많아서 입안에 남는 것이 없다. 또 시원한 단맛이 난다.

 1982년 12월에 전주시에서 발간한 『우리고장 全州』에서는 파라시의 맛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물이 많고, 달며, 씨가 별로 없어 먹기에 좋고, 먹고 난 다음 입맛이 개운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입에다 넣으면 사르르 녹아버린다.”

 정확한 표현이다.

 파라시는 먹는 방법이 있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소년 시절에 먹었던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껍질이 얇아서 금세 터질 것 같은 파라시를 조심스럽게 왼손에 들고, 오른손 검지로 감 윗부분을 재빠르게 찌르고 뺀다. 구멍에 입에 대고 쪽 빨아 먹는다. 씨가 없어서 한입에 다 먹을 수 있다. 얇은 빨간 껍질만 가볍게 남는다. 입으로 군데군데 베어 먹거나, 숟가락으로 떠먹기는 힘들다. 감이 작은 이유도 있지만, 물이 많아서 다 흘러버린다.

 파라시는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8월에만 나오는 감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는 아니다. 8월부터 먹을 수 있는 감이다. 익지 않은 감을 따 두고 하나씩 하나씩 익을 때마다 먹으면 된다. 한겨울에도 먹을 수는 있으나 곰팡이가 피고 썩기 때문에 홍시를 냉동실에 두고 먹는 방법도 있다.

 파라시는 1990년대 들어서부터 맛과 생산지보다는 ‘사라진 감’, ‘멸종한 감’으로 기록되어 왔다. 그러나…. 그러나 파라시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완주군 구이면과 상관면의 몇 그루뿐만이 아니라, 전주시에서도 파라시 나무는 볼 수 있다. 평화동, 동서학동 등에 여러 그루가 있다. 심지어 전주 남부시장과 모래내시장에서는 오랫동안 팔아온 가게도 있다. 문제는 우리가 찾지 않으니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다. 또, 한 쪽짜리 문헌에만 못 박아두고, 베끼기만 한 데 문제가 있다. 물론 필자도 파라시에 대해 사라진 감으로 말해왔다. 우리가 파라시를 더 사라지게 만든 셈이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실제 파라시는 고목(古木)이 되어서도 그 자리에서 꽃피고 지며 8월이면 어김없이 작지만, 붉은빛으로 자신을 보여주었다.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자, 툭 하고 떨어진 것이다. 전주

 십미 중에서 첫 번째인 파라시는 여전히 눈부시도록 붉고도 붉다.

 송영애(전주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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