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향의 첫걸음
애향의 첫걸음
  • 홍용웅
  • 승인 2017.10.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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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듣는 분이 많겠지만 ‘경제살리기도민회의’라 불리는 단체가 있다. 시군 조직을 지닌 이 단체는 경제통상진흥원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도민회의의 첫 번째 역할은 전북상품 판로확대이다. 전국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출향 인사나 기업인들에게 전북상품 구매를 호소한다. 전북상품을 걸머지고 방방곡곡을 누비는 대학생 부보상도 파견한다. 매년 명절이면 14개 시군의 전통시장에서 장을 봐 도내 복지시설에 기부하고 있다.

 올해 3회째인 가맥축제 역시 그 화두는 지역경제 활성화이다. 전북에서 생산된 맥주와 20여 가게의 가맥안주를 결합하여 경기회생의 군불을 때보자는 것이 축제의 본지다.

 도내기업 판로확대의 가장 핵심수단은 공공구매다. 전북도와 경진원은 매년 도청 각부서, 출연기관, 시군, 혁신도시 기관 등과 합심하여 도내 상품 구매에 나서고 있다. 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전북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공공구매는 매우 효과적이고 중요한 기제라 하겠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풀어야 할 숙제들이 적지 않다. 지지부진했던 새만금 개발은 새 정부 출범 및 세계잼버리 유치와 함께 청신호가 보여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 가시적 해법이 보이지 않는 군산 조선소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악재는 여기저기 잠복해 있다. 그 중 하나가 GM 공장의 철수 소문이다. 경제는 심리라는데 나쁜 얘기가 자꾸 퍼지면 좋을 리 없다.

 군산 국가산업단지와 그 주변에 27만여 대의 완성차 생산능력과 20여 협력업체를 지니고 있고, 세계 130여 나라에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는 최첨단 공장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싫은 일이다.

 회사임원을 면담한 한 지인에 의하면,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란다. 반면, 언론에서는 국내 지분권자(산업은행)의 견제권한 소멸 및 판매부진 등을 들어 철수 내지 매각 가능성이 없지 않음을 보도하고 있다. 직접 당사자인 회사 쪽의 말을 믿고 싶고 또 그러길 간원한다. 하지만, 사회 일각의 우려가 엄존하는 만큼 돌아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노력은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우리는 기업유치 시에는 팡파르를 울리며 과도한 환대를 베풀다가 성사 후에는 태도가 표변하는 모습을 중국에서 익히 보아왔다. 그 결과 중국은 해외투자의 블랙홀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그곳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모든 걸 잃고 적수공권으로 유랑하는 눈물겨운 광경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유치기업의 현지화를 위해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도내에 있는 사업장은, 본사가 어디든, 전북 기업이다. 일자리와 소득창출에 공헌한 이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마음만으론 부족하며 실제로 구매해야 한다. 십시일반이나마 공장이 돌아가도록 사주는 게 도리다.

 고향상품 애용은 말하긴 쉬우나 실천은 쉽지 않다. 우리의 오관을 유혹하는 ‘에지’ 있는 상품공세를 여간해서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터넷, 홈쇼핑, 대형마트를 통해 가성비와 장단점이 100% 노출되는 무한경쟁의 소비시장에서 고향상품 사주기는 지극한 애향심의 발로다. 향토기업을 키우고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는 첫걸음이다.

 홍용융<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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