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해도 정상 가동 못하는 군산항 대형부두
완공해도 정상 가동 못하는 군산항 대형부두
  • 정준모 기자
  • 승인 2017.10.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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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거창하게 지어놨으나 수입이 없어 곤궁하게 살고 있다.’ 수천억원을 들여 개발된 부두들이 제역할을 못하는 군산항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대목이다.

군산항을 전북 경제의 입이라고 한다. 전북경제가 살찌려면 군산항이 그만큼 많은 물동량을 취급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군산항 활성화를 통한 군산과 전북 발전 시각에서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부두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해결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유연탄 전용부두

겉은 화려하게 보이나 속은 빈곤하다는 외화내빈(外華內貧). 지난달 초 준공되고도 하역비 책정을 놓고 하역사와 화주들간 갈등으로 정상 가동을 하지 못하는 7부두 74선석 유연탄 전용 부두의 현재 상황이다.

유연탄 전용부두는 3만톤급 규모로 개발됐다. 안벽(240M) 등 하부시설은 523억원이 투입돼 비관리청항만공사 방식으로 지난 2015년 축조됐다. ‘비관리청항만공사’란 준공과 동시 국가에 귀속되고 항만시설 사용료 면제 등을 통해 사업 시행자에게 투자비를 보전해주는 공사를 말한다.

‘상부시설’은 1천58억원이 투자돼 연간 263만톤을 처리할 집진과 소방설비, 지상형 이송 및 보관 시설 등을 갖추고 최근 완공됐다.

유연탄 전용부두는 최첨단과 친환경 하역 시스템을 갖춘 밀폐형 유연탄 하역시설 설치로 군산항 이미지 개선과 활성화, 유연탄 수요업체에 안정적인 공급으로 관련 기업들의 원가 절감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하역사인 CJ대한통운과 대표 화주인 한화에너지가 톤당 하역비 단가를 합의하지 못하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양측이 생각하는 단가 마지노선 갭이 워낙 커 접점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본보 확인 결과 CJ대한통운은 1만3천500원, 한화는 7천600원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이 수차례 회동을 갖고 의견을 교환했으나 원론 수준에 머문 것으로 파악돼 자칫 장기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한통운은 “화주측에 운송을 양보하고 1천억원 이상의 막대한 사업비 투자와 한해 평균 부담해야 하는 50억원의 감가상각비, 수억원의 유지 관리비를 감수하면서 고육지책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통운 한 관계자는 “지난 2009년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당시 전남에서 유연탄을 공급받은 업체와 지역 상공인들이 유연탄 전용부두 확보를 강력이 요청했다”며 “막상 지어놓고 보니 흥정의 대상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화측은 “대한통운측이 제안한 금액으로는 배 용선비 증액과 기존 부두와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 운송 종사자 구조조정 등 추가 비용은 물론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만큼 단가를 놓고 밀당하는게 아니다”고 항변했다.

이를 바라보는 지역 여론은 곱지 않다. 군산경실련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CJ대한통운과 한화를 맹비난한 바 있다. 경실련은 “유연탄 육상수송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과 군산항 발전을 자사들의 이익과 저울질하는 작태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민자부두

“근시안적 행정의 단면이다.” 국가예산과 민간자본이 투입돼 조성된 군산항 7부두 79, 79-1 선석, 이른바 ‘민자부두’에 대한 날선 지적이다.

이 부두는 연간 198만톤 이상의 물량을 취급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에 따라 지난 2011년 벽산건설㈜와 쌍용건설㈜, CJ대한통운과 세방기업 등이 ‘컨소시엄(군장 신항만㈜)’을 구성, 3만톤급 2개 선석 규모로 조성됐다.

사회 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따라 지난 BTO 방식으로 정부의 건설 분담금 239억원을 비롯해 총 사업비 1천255억원(금융권 차입금 838억원 포함)이 투자됐다. ‘BTO(Build Transfer & Operate)’란 사업 시행자가 시설물을 완공한 후 정부에 소유권을 넘기고 30년간 운영권을 일정기간 보장받는 민간투자 방식이다. 운영사는 CJ대한통운과 세방. 

민자부두는 지난해 실적이 애초 계획물량(198만톤)대비 절반에 못 미치는 90만톤에 그치는 등 가동 첫해부터 물량 부족으로 경영 압박이 심하다.

올해 들어서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아 지난달 말 현재 40만톤에 머물렀다. 이는 자본금 221억원 고갈과 원리금 상환은 엄두조차 못 내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운영사가 제공하는 물량으로 겨우 버티고 있지만 운영사 역시 자체 보유한 다른 부두의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아 민자부두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다.

부두 건설 당시 물동량 추이를 정확하게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지만 민자부두의 금융 구조상 이렇다할 답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군산항 일각에서 “거액을 투자한 정부가 책임을 느끼고 부두를 매입한 후 공용부두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지만 이런 선례가 없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군산항 한 관계자는 “민자부두는 항만 정책이 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군산항 물동량이 늘어나는 길만이 민자부두가 정상을 되찾을 최상책”이라고 밝혔다.

군산=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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