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을의 파란 하늘과 서늘한 바람이 어디에서 오는지 궁금했던 작가들이 그 바람과 하늘을 찾아 나선 곳이 바로 몽골과 그 너머 바이칼이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풍경에만 렌즈를 댄 것은 아니다. 그들 작업이 그래왔듯 몽골과 시베리아의 풍요롭고 혹독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작품들이 많다.
초원의 외딴 게르에서 강가로 물을 뜨러 가는 노인을 담은 김판용 작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를 보면 수고롭지만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시간을 달리다>(김판용 작), <세 남자 이야기>(오태정 작) 등은 모두 이국이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사람들의 노래를 앵글에 담고 싶었다고 한다. 하늘과 땅의 이야기, 그 안에 사람이 어린 삶의 노래를 카메라라는 물리적 기계에 옮기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빛을 담는 기계인 카메라에 사람의 온기를 넣고, 자연의 바람과 색채를 담아 빚은 작품들을 보면 가을 분위기가 다가온다. 각 사진들 아래에는 유려한 문장의 이야기들이 달려 있다. 그 글들은 사진을 단지 프린트된 장면이 아닌, 생생한 현장으로 이끄는 매개로서의 의도가 있다. 사진의 인문학적 확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작품들에 대해 사진작가 고홍곤 씨는 다음과 같이 평을 한다. “김판용의 사진은 다큐이다. 그의 사진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사람을 담는 사진은 마음이 따뜻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작업이다. 그가 보는 삶의 조망은 아련함이 있다. 그 아련함으로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그의 사진은 카타르시스이다.” “오태정의 사진은 감각이다. 그의 사진은 색감이 독특하다. 색을 다루는 재주가 있지 않으면 빛을 저리 스펙터클하게 잡지는 못할 것이다. 사진은 빛 그림이다. 우리는 그 빛들을 통해 세상과 마주한다. 그의 사진은 물상을 비추는 프리즘이다.”
김혜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