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품송의 성품
정이품송의 성품
  • 임보경
  • 승인 2017.10.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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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 가는 길에도 고향을 떠나갈 때도 반기고 손 흔들어 주는 살사리꽃!

 신께서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 보기 위해 이런 모양 저런 모양 그리고 이러한 색 저러한 색깔로 만든 첫 작품의 꽃이 코스모스라 한다. 그래서 일까? 올가을 더 자유스럽고 평화로우며 질서와 조화를 그리고 청초함으로 하늘거린다. 그 하늘거림으로 우리는 의미를 부여하며 추억을 세월의 흐름만큼 기억하며 흥얼거린다. 세상에 생명을 안고 태어난 모든 생명체에는 각자의 이름과 역할이 주어진다.

 사람에게서 우리는 인성과 리더십을 찾고자 한다. 성품이 괜찮아 보이니 리더십도 좋을 거야라는 생각에 합리화한다. 겉으로 보이는 성향과 달리 내면의 본 모습은 합리화하는데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 조상들은 나무 한 그루를 심을 때도 풀이나 꽃을 심을 때에도 상징하는 의미를 생각하여 심었다. 자연경관의 나무, 바위, 산 등을 작은 인공적 정원으로 탈바꿈시켜 인간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그곳에서 심신의 위로와 자신을 단련시키며 후손에게 유산처럼 대를 잇게 하였다. 그리고 각자의 역사와 유래를 읊어가며 좋은 인성과 옳은 리더십으로 조화를 이루게 한다.

 가을 여행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충북 보은군의 속리산! 최고봉인 천왕봉(해발 1,058m)을 비롯하여 비로봉, 문장대, 문수봉, 신선대, 관음봉 등 아홉 개의 높은 봉우리로 아래 정이품송이다.

 오랜 세월 이 소나무는 무엇을 위해 어떤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저리 각종 카메라의 불빛을 맞으며 늠름하게 서 있는 것일까?

 소나무는 4계절의 변화에 장엄한 자태로 푸름을 내보이고 있어 절개, 지조, 장수, 길조, 민족의 기상 등의 상징으로 성리학을 공부했던 옛 선비들의 공간에는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본다. 그 상징의 의미만큼 소나무는 한 번 베어버리고 나면 절대 움이 트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듯이 소나무는 굳은 절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나무이다.

 또한 선비들은 소나무를 군자에 비유하여 가까이 두고서 심신을 단련시키며 소나무의 품성을 닮고자 하였다. 역사 속에 보이는 그림 속의 주인공은 당연 대나무와 앞뒤를 다툴 정도의 소나무가 있었다. 예를 들어보면 조선의 일월오봉도, 백제의 산수무늬벽돌, 이상좌의 송하보월도, 정선의 진경산수화, 조선후기의 백성들의 염원을 표현한 작자미상의 까치와 호랑이의 그림 속에도 소나무는 빈민구휼정책이 미치지 못하였을 때도 굶주린 백성의 대체 식량이 될 정도로 서민들과도 항상 함께 하였던 것이다.

 속리산 법주사로 가는 길 한가운데 서 있는 속리산의 정이품송은 나이가 약 600살 정도로 추정되는 소나무로, 높이 14.5m, 가슴높이 둘레 4.77m이다.

 이 소나무가 정이품송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세조 10년(1464)에 왕이 법주사로 행차할 때 타고 있던 가마가 이 소나무 아래를 지나게 되었는데, 가지가 아래로 처져 있어 가마가 가지에 걸리게 되었다. 이에 세조가 “가마가 걸린다”고 말하니 소나무가 자신의 가지를 위로 들어 왕이 무사히 지나가도록 하였다 한다. 또 세조가 이곳을 지나다가 이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리하여 세조는 이 소나무의 충정을 기리기 위하여 정이품 벼슬을 내렸고, 그래서 이 소나무를 정이품 소나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그 후 세월 속에 정이품송은 시련을 겪는다. 이 나무에 얽힌 아픔 중 하나는 1980년 흑파리로 인한 방충망사건과 1993년 강풍과 벼락에게 맞아 한쪽의 가지가 부러지는 일이 있었다.

 모진 풍파에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부인송을 마련해 주었다. 정이품송의 부인송은 정부인송으로 7km 떨어진 서원리에 여성적인 너그러움과 풍만한 솔잎으로 자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이품송의 후계 소나무는 정부인송이 아닌 다른 혈통으로 구색을 맞췄다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스 코리아 소나무는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산림청 임업연구원에서는 10여 년간의 연구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형질이 우수하고 아름다운 소나무를 찾았다, 그 주인공이 바로 강원도 삼척의 준경묘에 있는 소나무이다. 신체 -키 32m, 허리둘레 2.1m, 나이 약 100살로 2001년에 결혼식으로 주례는 산림청장이 했으며 두 지역의 군수가 각각 혼주를 맡아서 마치 사람의 혼례식처럼 정식으로 의식을 갖춰 부부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이품송 후계자는 삼척의 준경묘의 소나무에서 배양된 소나무로 정했다는 정이품송에 얽힌 이야기들은 우수한 우리 소나무의 절개와 지조의 혈통을 보존하고 싶은 노력으로 보인다.

 역사 속의 정이품송과 관련된 조선시대 세조 수양대군의 야심 넘치는 권력의 씁쓸함은 소나무의 절개와 지조 그리고 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곧은 성품에 참회의 마음을 표현된 상징물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정이품송 앞에 잘못된 리더의 성품을 교훈 삼으려 열심히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닐까?

 임보경<역사문화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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