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통한 치유
시를 통한 치유
  • 김영관
  • 승인 2017.10.12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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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서리

  이혜영
 

 “아야!
 아유 아파.“
 책상 모서릴 흘겨보았다.
 “내 잘못 아냐”
 모서리도 눈을 흘긴다.

 쏘아보는 그 눈빛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
 어쩜 내게도
 저런 모서리가 있을지 몰라.
 원망스런 눈초리에
 “네가 조심해야지.“
 시치미 뗐을 거야.

 모서리처럼
 나도 그렇게 지나쳤겠지.

 부딪힌 무릎보다
 마음 한쪽이
 더 아파온다.
 

 『연두빛 나라』(문원, 2000)
 

  ‘모서리’ 전문이다. 이 시는 초등학교 5학년 ‘읽기’ 교과서에 수록된 동시다. 이 시는 간결하고 쉬우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자신의 잘못을 보지 못한 채 남을 탓하는 자신을 보면서, 자신에게도 남에게 상처를 준 ‘모서리’가 분명 있었음을 아파한다. 요즘 청소년들은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백점만 받으면 모든 게 허용되고 용서되는 이기적인 인간을 양육하는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인격의 소유자로 자랄 수밖에 없다. 부모들은 “크면 다 알아서 잘 할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내게 좋고 이익이 되는 것들이 선(善)이 되고, 내게 싫고 손해가 되는 것들이 모두 악(惡)”이 되어버린 가치관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어릴 때 행동 습관을 그대로 유지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 정도면 남들에게 잘하는 편이다”라고 생각한다. 나는 스스로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기분을 잘 이해하고, 화도 잘 참고, 감정조절도 나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 자신은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생들은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모르게 나 때문에 상처받은 이들을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된다. 학생들에게 “내가 모서리였던 경험이 있나요?”, “다른 사람의 모서리에 상처 입은 경험이 있나요?” 라는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다.
 

 모서리만 보면, 늘 긁히고 채이고 생채기가 많이 나는 편이었는데,

 한번 그러면 다시는 다치지 않을 것을 또 다시 상처를 내곤 했어요.

 제가 누군가에게는 똑같은 모서리가 되고 있겠지요. (사례1)

 
 내색은 하지 않더라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모서리가 많음을 종종 느낍니다. 꼭 표출해야만 다른 이에게 생채기를 내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속에 품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례2)

 어린 시절엔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가르침으로 잘 따라서 교육 받은 것 같은데..... 왜? 커갈수록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너의 탓’ 을 알게 되었을까요? 앞으로는 ‘내 탓’ 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도록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사례3)

 시치료 활동을 하면서 제가 변한 게 있다면, 제 안에 있던 모서리를 인식하게 된 것 입니다. 모서리가 인식되니, 이 모서리 때문에 아파했을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미안했던 것은, 내 스스로가 받은 내 모서리로 인한 상처였습니다. 나에게 우선 사과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사과드립니다. “미안합니다.” (사례4)

 저는 제가 가진 모서리가 얼마나 뾰족하고, 날카로운지 몰라서 사람들이 제 모서리에 부딪히면 “그 정도 것 가지고 왜 엄살을 부리냐고...”, “이정도가 뭐가 아프냐고...” 이랬습니다. 후회스럽고 그 사람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사례5)

 
김영관 우림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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