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사 대 인간의사, 당신의 선택은?
인공지능의사 대 인간의사, 당신의 선택은?
  • 김형준
  • 승인 2017.10.11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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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흥미롭게 보았던 영화 ‘블레이드러너’의 후속작이 최근 개봉한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는 인간보다 뛰어난 신체적 능력이나 외모뿐만 아니라,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지닌 인조인간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영화는 인조인간을 통해 역으로 과연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사람들에게 끝없이 질문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인공지능, 지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로봇, 4차 산업혁명 같은 말들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이세돌 기사와 인공지능 알파고의 문명사적 바둑대국을 바라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운 인공지능의 발전에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의 많은 직업들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인공지능에 의해 사라질 직업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표적 직업중 하나가 사실 현재 최고 인기 직업인 ‘의사’이다. 실제로 이미 세계적 IT 기업인 IBM에서는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개발하여 우리나라 가천대학 길병원을 포함하여 세계 많은 병원과 협약을 맺고 진료 업무를 보고 있다. 아직은 모든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암 환자 진료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지만 흥미로운 것은 왓슨과 의료진의 제안이 엇갈리자, 환자들이 인공지능의사 ‘왓슨’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을 때 당시 의료계는 ‘왓슨’에 대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는데 이는 사실 일종의 해프닝인 것으로 드러났다. 길병원 관계자는 ‘왓슨’이 제안한 “추천과 고려 중 고려에 해당하는 치료법을 의료진은 (환자에게) 권고했다. 추천은 비급여라 비쌌으며 고려는 급여가 됐다. 고려 역시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며 추천과 효과 차이가 크게 없다. 그 환자는 돈이 많아 비급여인 추천을 쓰겠다고 한 것”이라며 “이 같은 전후 사정 설명 없이 다소 자극적으로 보도된 감이 있다“고 했다. 아무튼 인공지능의사의 진료와 권고가 이미 우수한 권위의 대학병원 전문의와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은 확실한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1년간 발표된 암 관련 논문은 4만 4000여건에 달한다. 11~14년간의 의학교육·인턴·레지던트·세부전문의과정을 거치더라도 한 사람의 암 전문의가 다 습득하기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이다. 인공지능의사 ‘왓슨’는 300개 이상의 의학학술지, 200개 이상의 의학교과서 등의 의료 정보를 학습했고, 실시간으로 학습능력을 놀라울 정도로 키우고 있다. 물론 아직은 인공지능의 의사가 일일이 진단, 검사, 처방, 수술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사 등이 실시한 기록이나 검사 결과를 분석하여 ‘추천, 고려, 비추천’ 등과 같이 의학적인 제안을 하는 수준이며 이를 참고하여 결국 의사와 환자가 최종적인 결정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완전히 인공지능의사가 인간의사를 전부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대부분 전문가는 판단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친밀한 대화를 대체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아직은 매우 요원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3분 진료, 즉 편의점 판매원 수준의 대화만 나누고는 처방전을 발행하는 붕어빵 진료라면 인공지능의사로 곧 대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많은 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단순히 인공지능이 의사의 보조적인 역할에만 머룰 것으로만 보는 것도 지나친 낙관적인 관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전인적 의료로서 인공지능의사는 아직 갈 길이 멀겠지만, 인공지능의사는 특히 몇몇 의학 분야에서 인간의사들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는 데, 첫 번째가 방대한 학습량을 기반으로 특정 종류의 의료 데이터를 해석하고 판독하는 역할이다.

 X-ray, MRI 등 영상의학 데이터나 암 조직 검사와 같은 병리 데이터, 안저 사진이나 피부과 데이터를 분석하여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기존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병리학 전문의가 하던 데이터 판독의 영역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구글의 알파고는 작년 저명한 의학학술지에 발표한 연구에서 13만 장에 달하는 안저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학습해, 당뇨성 망막 병증을 인간 안과 전문의보다 더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음을 보여 주기도 했다.

 두 번째로는 심전도, 혈당, 혈압 등의 연속적인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거나 예측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네트워크와 결합한 웨어러블 스마트기기나 스마트폰을 통해 사람에게서 나오는 생체 데이터를 확인, 즉각적인 의학적 조언과 예방을 실시하는 것으로, 특히 만성질환 환자의 예방, 예측 의료를 구현하는 데 탁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6~70년대 세탁기, 냉장고 같은 백색가전의 보편적 도입이 가사도우미라는 직업을 거의 사라지게 하고 여성을 가사에서 해방해 사회진출을 만들어 낸 것처럼, 수련된 낫질과 모내기로 상징되던 대표적 노동집약적 산업인 농업이 최신 농기계로 인해 80%의 농부를 사라지게 한 것처럼, 의료에 인공지능의 도입은 피할 수 없는 변화를 분명 일으킬 것이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변화는 이제 ‘올 것인지’, ‘안 올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올 것인지’의 문제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미래를 피할 수 없다면 의료계와 의료산업계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선도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변화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도 이러한 변화에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변화에 적극 대응하도록 할 혜안이 필요한 때이다.

 김형준<신세계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부안군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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