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무형의 가치에 눈뜨고 있는 지구별
21세기, 무형의 가치에 눈뜨고 있는 지구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10.10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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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을 전북 보고로 만들자 <1>
 세계 각국의 문화유산 보존과 관련한 패러다임은 유형문화유산에서 무형문화유산으로 변화되고 있는 추세다. 각 나라마다 독자적인 문화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전통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산업화하며, 세계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형문화유산의 유네스코 등재로 대내외적으로 자국의 가치를 알리고 있는 동시에 그 경쟁도 상당하다. 이러한 국제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국은 무형문화유산과 관련해서는 선도국의 지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네스코가 주목하기 훨씬 이전부터 무형문화유산을 법률과 제도로서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이 체감하는 무형문화재 혹은 무형문화유산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그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이 바로 이번 기획취재의 출발이다. 본보는 무형유산으로 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있는 국내외의 현황과 여러 사례를 분석해 본다. 이를 통해 전통문화의 도시인 전주와 예향 전북의 정체성에 한 발짝 다가서고, 전북의 ‘오래된 미래’를 보다 선명하게 디자인하고 싶은 바람이다. <편집자 주> 

 

 -보도순서-

 1회 : 21세기, 무형의 가치에 눈뜨고 있는 지구별 
 2회 : 전통문화의 도시, 전주의 무형문화유산 실태와 현황 
 3회 : 유네스코세계유산 그랜드 슬램 달성 앞둔 안동
 4회 : 유네스코세계무형유산의 도시로 자리매김한 강릉
 5회 :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에서 만난 인류와 문명
 6회 : 인디언 원주민 공동체의 목소리, ‘토토낙’의 사람들
 7회 : 볼라도레스(Voladores), 아직 끝나지 않은 그 길 
 8회 : 발길 닿는 곳마다 눈이 호강, 과달라하라의 전통공예
 9회 : 멕시코의 정신과 전통, 할리스코의 ‘차레리아’와 ‘데낄라’
 10회 : 무형문화의 도시, 전북의 비상을 꿈꾸다
 

▲ 전주에 위치한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의 활동 모습 - 남아시아 소지역회의에서 전통공연이 이뤄지고 있다.(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제공)
     전 세계적으로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었던 배경과 그 중심에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네스코(UNESCO)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1973년 유네스코 회원국들은 전통적인 문화와 민속에 대한 보호제도를 요구했고, 이에 대한 논의들이 지속됐다.

 그 결과로 유네스코는 1989년 총회에서 ‘전통문화와 민속에 대한 보존 장치에 관한 권고안(Recommendation on the Safeguarding of Traditional Culture and Folklore)’을 채택했다. 하지만 권고안만으로는 전통문화를 보존하는데 있어 한계점이 분명했다.

 그런데 때마침 한국의 유네스코 대사가 1993년 열린 유네스코 집행위원회의에서 한국의 인간문화재 제도를 소개했고, 이 같은 한국의 경험이 유네스코 사업에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박성용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정책사업본부장은 “인류무형유산과 관련해 한국의 국제적인 기여가 상당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유네스코에 인간문화재 보급과 프로그램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유네스코는 전문가회의를 거쳐 1997년 총회에서 인류구전 문화 걸작 선정제도를 창설하기로 합의했고, 2003년 마침내 회원국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무형문화유산협약(Convention for Safeguarding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을 통과시켰다.

▲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 중앙아시아 무형유산 영상기록 전문가 워크숍 현장실습 장면
     그동안 권고사항으로만 보호됐던 무형문화유산이 법적인 효력을 갖게 되면서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유네스코가 인류무형문화유산 정책을 펴는데 한국의 공이 상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제도’를 추진왔고, 여기에는 서구 유럽 국가들의 영향력이 상당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위대한 역사적 건축물 등을 지정하다 보니 그러한 건축물을 많이 가진 나라는 문명국이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상대적으로 열등한 나라라는 잘못된 인식이 고착화되기 시작했다는데 있다. 

 21세기 들어 힘을 받기 시작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의 경우는 다른 분위기다. 

 실제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과 관련된 보호정책은 그 영향력과 주도권이 비서구 국가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의 활동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같은 세계의 흐름 속에서 전주에 위치한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의 활동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크다.

▲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에서 수집한 카자흐스탄의 오르트케 연주 장면
     ‘아태무형유산센터(ICHCAP)’는 유네스코 카테고리 2센터로 무형문화유산분야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전담하고 있는 지역기구다. 현재 전 세계 8개의 C2 무형유산센터 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곳으로 평가되고 있는 한국의 센터가 바로 전주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유네스코 본부가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의 협정 갱신을 앞두고 실시한 외부평가에서도 “센터의 짧은 수명을 고려했을 때,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는 무형유산 정보 및 네트워킹 분야에 있어서 아태지역 회원국들의 중요한 거점기관이 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센터의 활동에 만족을 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는 무형유산의 국가별 현황조사와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무형유산 정보화 기반조성, 각 국가별 기관과 전문가의 네트워크 구축 등으로 특화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가까운 중국은 훈련을, 일본은 연구기능으로 특화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는 차별되는 대목이다. 

 이에 박성용 센터 정책사업본부장은 “사업 분야로 보면 중국과 일본에 비해 사업의 범위가 넓고 개념화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센터의 지원으로 몽골과 카자흐스탄 등이 무형유산과 관련해 자국의 법률, 제도를 만들고,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크게 발전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에서 수집한 기록영상
     올곧게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그 손길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 가치를 발견하고, 기록하고, 아카이브(archive)하는 일 또한 후세대를 위한 더없이 중요한 일일터. 이 같은 국제적인 상황 속에 무형유산과 관련한 한국의 제도나 기반시설, 네트워킹, 위치 등은 뚜렷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국내의 상황이 국제적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실제, 전주와 같이 무형유산과 관련해 다양한 인프라를 지니고 있는 지역에서 조차 이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이 저조한 것이 현실. 더 늦기 전에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무형의 유산을 제대로 보는 시각을 틔우는 일이 시급하다. 다양한 인류의 문화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일이야 말로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자 잊어서는 안되는 절대적인 가치임을, 그 명쾌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김미진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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