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서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서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 김관영
  • 승인 2017.10.0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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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말하며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중세시대 카톨릭 성인(sainthood) 추대 심사에서 추천 후보의 불가 이유를 집요하게 주장하는 역할을 맡는 사람을 ‘악마(devil)’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 개념이다.

 악마의 변호인에 의한 반대의견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막아주고, 집단사고가 가져올 수 있는 광기 등의 위험을 예방해 준다. 특히 다양한 반론을 유도함으로써 다수 의견에 맞서는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데 유용하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도 ‘의견의 불일치가 없는 상황에서는 결정을 하지 말라’고 했다.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방향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래전 어느 TV 광고에서도 ‘모두가 “예”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좋습니다. 모두가 “아니오” 할 때 “예”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좋습니다.’라는 말이 큰 히트를 쳤었던 기억이 있다.

 자유로운 반대의견의 허용은 개인의 독단이나 중우적 결정을 방지하여 조직 붕괴의 위험을 예방한다. 그리고 찬반의 활발한 토론을 통해 조직원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어 건전한 성장을 보장해 준다고 알려졌다.

 조선시대 대표적 명재상이자 청백리의 표상으로 황희, 맹사성, 허조를 들곤 하는데, 세종은 사사건건 시비를 드는 허조를 고집불통이라 말하면서도 회의 때마다 반대의견을 하도록 했다고 한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의 의견도 경청한 것이다.

 오는 12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150일 만에 치러지는 첫 국감인 만큼 여야의 관심사도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 여당은 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국정농단 진상규명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이를 정치보복이라 규정하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적폐부터 규명하겠다고 한다.

 여야가 서로 비난하며 반대의견에 치우쳐서는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반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되 잘못된 것은 과감하게 고쳐 나가고 잘한 것은 칭찬해 줘야 한다. 그래야 건전하게 발전해 갈 수 있고 나라의 미래도 밝아지는 법이다.

 문재인 정부 또한 높은 지지율에 고취될 것이 아니라 말 없는 다수 의견을 경청해 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북핵 위기와 한반도 평화 위협이라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또 사회적으로 저출산 고령화 극복과 노동개혁 및 재벌개혁 등 해결해 할 수많은 과제들 앞에 봉착해 있다.

 자신의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서로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그동안 잘못되어 온 정부의 나쁜 관행들을 바로잡되 미래로 가는 대한민국의 비전도 제대로 제시해 내야 한다. 그것이 촛불혁명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뤄 낸 국민에 대해 국회가 해야 할 역할이다. 또 정부는 그러한 의견들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실천해 내야 한다. 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집단의 지혜를 능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청득심(耳聽得心)이라고 했다. 귀를 기울여야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유명한 헤겔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에 있지 않고 안쪽에 있다’고 했다. 서로 의견을 경청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해 보인다.

 김관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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