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기 칼럼] 불멸의 악성(樂聖)-루드비히 반 베토벤(下)
[이봉기 칼럼] 불멸의 악성(樂聖)-루드비히 반 베토벤(下)
  • 이봉기
  • 승인 2017.09.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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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토벤(L. van Beethoven)과 같은 대음악가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감히 쉽지 않은 일이다. 그의 불꽃같은 인생 여정에 감정을 이입하지 않을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그의 삶은 처음부터 슬프고 엄격한 싸움의 시작이었다. 26세에 찾아온 신체적 불운은 스스로를 깊은 사념 속에 가두어버린다. 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은 “만약 신이 인류에게 저지른 범죄가 있다면 그것은 베토벤에게서 귀를 빼앗아 간 일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 장애는 신의 명백한 실수였다. 악성 베토벤은 1770년, 독일의 개방적인 도시 본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요한은 궁정악단의 테너 가수였으나, 어린 베토벤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모차르트와 같은 음악신동으로 키우기 위해 아들의 조기교육에 올인한다. 당시 유럽의 대도시는 영재교육 열풍과 함께 ‘신동 신드롬’의 시대였다. 이에 요한은 아들 베토벤을 제2의 모차르트로 내세우려 나이까지 속이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베토벤은 중년이 지나서야 본인의 실제 나이를 알게 된다. 사실 요한은 술주정뱅이에다 폭력적인 아버지였다. 그는 아들의 재능을 통해 음악가(家)의 성공을 실현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욕구 해소로 변질 되고 급기야 어린 자식의 피아노 개런티로 들어오는 돈마저 유흥비로 탕진한다. 그는 무능한 아버지였고 평생 베토벤의 깊은 그늘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알코올중독으로 피폐한 삶을 살기 전까지는 자기 아들에게 질 높은 교육과 금전적 후원의 길을 열어주려 진정 노력한 것으로 그 역시 보통의 부모 마음과 별반 다를 바 없었으리라.

 

  베토벤은 일생 두 명의 여인과 운명적 만남을 하지만 완전한 사랑으로 이어가진 못했다. 그가 처음으로 흠모했던 정인은 자신의 제자이자 귀차르디 백작의 딸인 줄리에타라는 여인이었다.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14번<월광>을 그녀에게 헌정하고 청원까지 하지만 거절당한다. 1806년, 베토벤은 대지주의 딸이자 빈 사교계의 재원으로 이름난 테레제에게 첫눈에 반하며 생애 두 번째 사랑을 시작하지만 큰 나이차와 신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별을 맞이한다. 가난한 뮤즈의 아들이자 ‘흙수저’였던 그는 적어도 사랑에서만큼은 신분의 벽을 넘고자 했었던 자유주의 사상가였지만 동시에 그것이 파혼을 초래하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결국 테레제에 대한 애틋함과 계속되는 그리움으로 베토벤은 죽는 날까지 독신으로 보낸다. 사후, 그의 비밀 서랍에서 발견된 유서와 “불멸의 연인에게”로 시작되는 3통의 연문은 그녀가 줄리에타인지 테레제인지, 아니면 제 3의 여성인지에 대한 항간의 추측과 함께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더해지며 추리 연애 소설로 부풀려지는데, 당대 유명한 극작가 버나드 쇼는 “내가 죽은 후 생전의 찬미자들이 내 편지를 출판할 생각을 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굳이 위안하자면, 내가 쓴 연서의 내용이 베토벤의 것보다 더 얼빠진 것은 아니리라는 생각이다. 최악의 경우라도 이 위인의 수준보다 떨어지지는 않으리라.”라는 빈정거림으로 베토벤의 절절함을 야유했었다. 역시 밤에 쓴 연애편지는 부치지 말라는 통설이 맞는가보다.

 

  18세기에서 19세기사이는 혁명과 반혁명, 제국주의와 민족주의의 대립으로 유럽 전체가 혼란에 빠지게 되고 베토벤 역시 힘든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더군다나 가난과 질고에 시달려 온 말년의 그에게는 버티기 고단했을 것이다. 젊은시절, 음악가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았던 청각을 잃고도 초인적 의지와 열정으로 난고를 극복한 그였지만 시대의 파고를 넘어가진 못한다. 베토벤은 1827년 3월 26일에 사망한다. 생전에 그가 남긴 불후의 명곡들은 쇼팽, 리스트, 브람스, 슈만 등 후대 낭만파 거장들의 음악에 낭만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신호탄이 된다. 지금도 빈의 젠트랄프리드호프에는 음악의 성인 베토벤이 누워있다.

 이봉기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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