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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계곡’을 뛰어넘자
이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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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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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상황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건너 본 사람의 심정을 100% 알 수 없다. 건강한 사람이 몸이 아파 죽을 지경까지 갔다가 온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경험을 해 봐야 그 처지를 이해할 수 있다. 지난 18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국정책재단 비즈니스 세미나에 참석해 한계상황에 도달한 중소기업의 생존 방식을 어렴풋이 알게 됐다. 주위에 있는 한계기업 또는 한계 사업주에 대한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우리나라 기업의 창업 3년 후 생존율이 세계 주요 국가(OECD)에 비해 현저히 저조한 수준이다. 스웨덴 78%, 영국 59%, 미국 58%, 프랑스 54% 등에 비해 우리는 38%였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어느 자료는 5년 후 생존율이 20% 수준이라 했다. 이런 수치를 보면 기업이 ‘죽음의 계곡’을 건너지 못하고 대다수가 사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년 전 기획사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 그 당시 개인사업자로서 소상공인의 신분이었다. 하찮게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이것마저도 죽음의 계곡이 있었다. 개인사업자는 제품이 아무리 좋더라도 마케팅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몇 년하다 보면 스스로 한계점을 느낀다. 사업 같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 이론과 실제가 다른 점을 깨닫게 됐다. 그 당시 소상공인지원 제도를 알아보려고 중기청을 비롯한 정부 부처의 홈페이지를 들락거린 기억이 있다. 창업자금이나 경영자금 등을 어떻게 받아야 하고, 사업계획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많은 공부를 했다. 창업의지와 창의적 아이디어, 그리고 좋은 아이템만 있으면 웬만한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실제로 해 보니까 누구에게나 ‘죽음의 계곡’ 같은 마의 고비가 있다. 이 고비를 견디고 이곳을 건너야만 기업은 생존한다.

 최근 5년간 중소기업 육성예산을 보면 ‘13년에 13조 원부터 지난해 16.5조 원, 올해는 16.6조 원 등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 많은 예산이 투여되는데도 불구하고 창업해서 성공에 이르는 기업비율이 외국에 비해 높지 않다. 그것은’ 죽음의 계곡’에 처한 기업을 구제하거나 건너뛰게 하는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원금을 받는다 해도 자기 역량이 부족하거나 자금이 소진되면 누구든, 어떤 기업이든 한계점에 이르게 된다. 이때 정부가 나서서, 아니면 대기업이 나서서 한계기업을 손잡아 주면서 소위 죽음의 계곡을 빠져나가게 해야 한다. 누구나 어렵게 창업을 하면 사업체가 가동될 때까지 정신이 없이 지내기 일쑤다. 그러다 3~4년이 휙 지나 자금도 소진되고 의지까지도 약해질 때가 있다. 이때가 아주 위험한 시기이다. 기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한계점에 달한 기업도 모든 조건은 충족하지 못할망정 분명히 장점 몇 가지는 있다. 이러한 기업을 잘 선별하고 분석해 경영지도를 잘하면 ‘죽음의 계곡’을 건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의 계곡에 도달한 기업은 대부분 자금에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이 한계기업들은 R&D 능력은 있어도 자금이 부족하거나, 경영능력이나 아이템은 좋지만, R&D 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을 서로 매칭해서 상생방안을 마련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때로는 M&A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지원정책은 주로 창업자금 지원, 운전자금 지원 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창업도 중요하지만 창업된 기업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군시절 산악훈련 때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는 마의 고개가 있었다. 고참들이 이 고비를 넘기자고 고함을 치며 대원을 이끌던 기억이 새롭다. 중기청이나 정부 당국이 이들처럼 한계기업이 죽음의 계곡을 넘을 수 있도록 지도해 주고 리드해 줘야 한다. 그렇다면, 충분히 생존율이 높아질 것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업적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작 살릴 수 있는 기업을 ‘죽음의 계곡’에서 꺼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죽음의 계곡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이민영<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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