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교육은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 서거석
  • 승인 2017.09.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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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년간 봉직했던 대학에서 퇴직을 앞두고,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하여 고민해본 적이 있다. 지금까지 사회에서 받은 큰 은혜를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봉사의 삶을 살기로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북후원회장을 맡게 되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어린이의 복지증진을 위해 1948년에 설립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어린이 복지재단이다. 특히 우리 고장의 아동 빈곤율은 8.1%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30,000명의 아동들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전북 후원회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에 하나가 교육의 기회균등이라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관계없이, 학생이 성실하고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한사람만 교육을 잘 받아도 집안 전체의 위상이 달라지기도 하였다. 이처럼 교육은 사회적 지위 상승의 가장 큰 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필자와 친하게 지내고 있는, 사회적으로 명망을 얻고 있는 친구들의 가정환경을 보면, 어렵게 공부한 친구들이 더 많다. 다행히 필자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그런 시대를 살아 온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학생의 성취는 가정환경의 영향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집안도 좋다는 것이 최근 통계에서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교육을 통해 빈곤의 악순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우편번호 효과(zip code effect)라는 말이 있다. 학생의 주거지에 따라 학생의 성취결과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전주에서도 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인근 학교들의 학군이 좋아지고, 서울 강남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률이 높아지는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난 것도 서러운데, 그것이 학교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누구의 책임인가? 가정환경을 탓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교육복지의 시작이다. 국가나 교육당국이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취약계층 자녀의 교육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는 것이 교육 복지적 관점이다. 이것이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선진국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교육복지는 교육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교육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의 결과를 책임지는 적극적인 행위여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소신이다. 앞으로 교육격차, 교육소외,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교육복지가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저소득층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지원되는 예산은 비용의 개념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로 이해하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지금 당장 교육복지 예산을 줄이는 것은 미래의 사회적 비용을 늘리는 셈인 것이다. 교육예산, 그 중에서 교육복지 예산은 상수가 되어야 한다. 교육복지를 예산 형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변수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적극적인 교육복지 정책이 아니다.

  학령 초기에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보충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초등학교 입학 당시의 출발선에서부터 차이가 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서 예산을 투자하는 선진국들의 교육복지 정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교만의 노력으로 취약계층 아동들의 복합적인 교육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학교와 교육자들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지역사회, 기업, 국가가 연합해서 취약계층의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은 미래 우리의 확실한 자산이다. 가정환경에 관계없이 이들 청소년이 자신의 꿈을 키워가도록 지원하고 조력하는 것은 지금까지 국가나 사회의 혜택을 받은 기성세대의 책무이기도 하다.

 

서거석 전북대학교 前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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