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안철수는 그 이후 새정치가 무엇인지를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럴 기회가 없었다고 말하겠지만 스스로 행한 정치의 모습은 독단적 결정과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점철되어 있다.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대통령 후보 양보 이후 그의 행보는 한마디로 실망의 연속이었다. 대통령 후보 단일화 과정, 문재인 선거운동에의 소극적 참여, 선거 당일 미국으로의 출국은 안철수의 정치인으로서의 판단력에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 죽을힘을 다하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단일화를 진행하던지 단일화에서 양보를 했으면 적극적으로 상대를 도와줬어야 새정치에 걸맞는 모습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팽개치듯이 양보하고 싫어하는 자세로 몇 번 선거운동하다가 선거 당일 아침 투표하고 미국으로 가버렸다.
2014년 3월 새정치연합이 민주당과 합당하는 과정도 더욱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지방선거를 위해 새정치연합으로 많은 후보들이 뛰고 있었는데 안철수 대표는 몇 명과만 상의하여 독단적으로 민주당과 합당을 결정하였다. 새정치연합의 많은 당원들과 후보들에게는 그야말로 황당한 일이었다. 2015년 민주당에서 탈당하는 과정도 실망 그 차체였다. 새정치연합세력으로서 합당하였으면 이들과 충분한 상의를 거쳐야 하는데 갑자기 혼자 탈당하였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당을 출범시켜 호남지역을 석권하며 전국적인 득표율에서도 민주당을 누르는 최고의 황금기를 맞이하였다. 그는 “지난 총선 때 혼자서 창당해 40석 가까운 정당을 만들었다”고 했다. 문재인에 불만이 쌓인 호남 국회의원들을 끌어 모아 호남에서 성공한 것이고 나머지 지역에서 기존의 여당과 야당에 실망한 표를 모은 것이어서 호남과 중간보수층이라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불안정하게 섞여 있다는 점을 제대로 고민하지 못했다. 불안정한 연합을 계속 묶어낼 정책과 자세를 당원들과 함께 개발해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자신이 정당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먼저 드러내고 있다. 이번 당대표에의 출마도 자신이 정당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안철수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호남층과 보수에서 떨어져 나온 보수표들 사이에서 지금까지 오락가락하고 있다. 안철수는 지난 9월 6일부터 10일까지 호남 투어를 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호남 홀대론’을 적극적으로 제기하였다. 그리고 호남출신 헌법재판소 소장의 인준 투표에서 반대표를 찍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여 부결시켰다. ‘호남 홀대론’을 말하지 말든지 ‘호남홀대론’을 강조했으면 호남출신에 별문제 없으면 통과시켜야 했다. 김이수를 부결시켜야 할 이해할만한 이유를 지금까지 제시하지 않았다. 9월 15일 대구에 가서는 ‘TK홀대론’을 강하게 주장하였다. 이러한 발언은 일시적으로 주목도와 지지율을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스스로 정치지지기반을 허무는 일이다.
사람들을 참여시켜 의견을 모으고 이들의 에너지를 국민 전체로 확산시켜 나가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고, 사회의 핵심의제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보여주지도 못했고,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는 데도 실패했다. 구호만 남은 새정치, 독단적 결정, 무능한 토론능력, 빈약한 정치적인 식견,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시류에 따라 우왕좌왕하다가 몰락의 길로 추락한 여러 정치인들을 생각나게 한다.
이정덕<전북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