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와 현대다례
차례와 현대다례
  • 이창숙
  • 승인 2017.09.2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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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14>
 오늘날 다례는 차를 준비하고 마시는 방법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예를 갖추는 의미이다. 또한 다례를 통해 다양한 전통문화를 배우는 체험학습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례’라는 용어는 조선 태종 원년(1401) “왕이 태평관에서 사신과 더불어 茶禮(다례)를 행했다”는 기록이 처음으로 보인다. 『태종실록』에 “다례를 행하다”는 내용이 자주 등장, 주로 조정과 왕실에서 다례가 빈번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신접대는 물론 왕실의 행사와 제사, 조정의 각종 의례에 헌다(獻茶)의식이 있었으며 이를 관장하는 부서도 따로 두었다. 이렇듯 예를 행하는 의식에 차가 올려 진 것으로 보아, 차는 의례용에 가까웠다. 즉 조선 초기 茶禮(다례)는 차를 올리는 의식이나 예법의 의미가 강했으며 명절에 지내는 제사의 의미는 후기부터 나타난다.

  유희(柳僖, 1773-1837)는 『물명고』(物名考, 1820)에서 “茶禮(다례)는 삭망(朔望)에 사당에 헌다하는 것인데, 주부(主婦)가 점다(點茶)하여 바친다.”라고 했다. 즉 다례는 삭일(朔日) 즉 매달 음력 초하루와 망일(望日)인 음력 보름에 명절을 비롯한 특정한 절기의 낮에 행하는 간략한 제사이다. 이런 의미를 지닌 다례가 현대에는 주로 추석에 지내는 차례로 이어졌다. 茶禮(다례)를 ‘차례’라고 발음한 기록은 1920년 조선총독부가 편찬한 조선어사전(朝鮮語辭典)에 나타난다. 『물명고』의 기록으로 보아 차례(茶禮)는 한자인 茶禮(다례)나 茶儀禮(차의례)에서 차례라는 한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대다례는 차를 우리고 마시는 과정인 다법(茶法)과 예절이 결합된 것으로 1970년대 차 단체가 결성되면서 그 의미가 새롭게 형성되었다. 다례는 전통, 생활 문화를 익히는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처음 다례를 시작하면 머리와 옷과 몸을 단정히 하고 앉아서 등을 꼿꼿이 해야 한다. ‘등을 구부리지 않고 똑바로 앉는다, 천천히 걸어라’라는 몸가짐부터 시작된다. 예의바른 움직임을 통해서 공손함을 배우고 마음가짐까지도 익히게 된다. 실제로 다례는 서있는 자세, 앉는 자세, 어떻게 옷을 입을지, 공손한 표현 등 일상예절과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다례는 도덕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가르침을 주는 측면도 강하다. 때문에 최근에는 유치원과 청소년의 인성교육으로 현장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다례교육은 스스로 마음을 고요하게하고 겸손한 정신을 갖기 위해 신체적으로는 구용(九容)에 대한 내용까지도 포괄한다. 발걸음은 신중하게 한다(足容重), 손은 공손하게 둔다(手容恭), 눈은 정면을 바로 본다(目容端), 입모양은 반듯하게 한다(口容止), 목소리는 조용히 한다(聲容靜), 고개는 바르게 한다 (頭容直), 호흡은 편안하게 한다 (氣容肅), 서 있는 모습에도 덕이 있어야 한다 (立容德), 얼굴빛은 단정하게 한다(色容莊). 이것은 외형의 모습만 바르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정신까지도 표현한다.

  사실 다례를 처음 배우는 초보자는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이러한 몸가짐은 물론 차를 맛있게 우려 접대까지 해야 한다. 다기를 다루는 방법과 반듯한 몸가짐, 마음가짐 등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다탁 위에 다관과 찻잔을 정확한 위치에 배열하는 등의 지속적인 연습은 점차 정신적인 수양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노력은 점차 심상이 형성되는 것을 도와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 다례가 일상과 연결되어 인성교육으로 확대 된 것이다. 다례를 통해 드러난 몸짓과 생각은 일상에서 생활규범은 물론 전통문화를 익히는 방법이 되었다.

  관혼상제나 세시풍속, 성년식 같은 통과의례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렇게 전통문화와도 결합된다. 즉 다례는 인간의 일생 리듬이라 할 수 있는 관혼상제는 물론 일상문화의 근간에 존재하며 비일상적인 공간에서도 그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로서 다례는 전통문화 계승의 기능까지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역할을 지닌 다례교육은 사회의 중요한 기능이 되었으며 현대다례는 인성교육이라는 다례교육으로 재생산되었다.

 / 글 = 이창숙 문화살림연구원 원장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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