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펴야만 잡을 수 있다
손을 펴야만 잡을 수 있다
  • 이문수
  • 승인 2017.09.2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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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망한 전북청년미술가를 선발해서 집중 조명하는 “이 작가를 주목하라! - 전북청년 2018”을 공모 중이다. 접수 기간은 오는 10월 25일까지. 선정한 3명에게는 본관 기획전에 초대하면서 창작 재료비를 지원하고, 평론가를 1:1로 매칭해서 작품세계를 정리한다. 더불어 다양한 기획전에 추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국내외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판을 깔 것이다.

 전북도립미술관은 아시아 미술을 전북에 불러들이고, 전북미술을 아시아로 나가게 하는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창작스튜디오에서는 전북미술가들과 아시아권 미술가들이 체류해서 자신의 세계관을 추스르고, 창작하고,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 9월 1일에 개막한 “아시아 여성미술가들”은 아시아권 10개국에서 24명이 참여했으며, 인도네시아의 아트 디렉터, 중국의 독립 큐레이터 등 국내외 미술계 주요 기획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교류하고 연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오는 12월 3일까지 열리는 “아시아 여성미술가들”에서는 처지는 다르지만 억압을 떨치고 변화와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미술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주체적인 여성의 시각에서 감추고 싶은 민낯을 보이고, 더러는 아픈 생채기를 기운차게 드러내고 있다. 저마다 참신한 감각으로 여성성을 표명하고 있어서 매력적이다.

 아시아는 제국주의 패권에 의해 대부분 식민으로서 근대를 맞은 경험을 같이하고 있다. 현대화 과정은 급물살처럼 격동했다. 이러한 소용돌이에서는 여성의 삶은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를 차분히 물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호흡을 가다듬고 진지하게 묻고 답할 수 있다. 이런 시류를 고려해서 전북도립미술관은 용수철처럼 탄력 있는 여성미술을 한 자리에 모았다.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현대미술과 전북미술이 만나는 <변방의 파토스> 전을 개최할 것이다. 파토스란 정념·충동·정열 등을 말한다. 로고스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이성적인 판단과는 다른 근원 충동이다. ‘변방의 파토스’는 창조성과 생명력의 원천인 변방의 개념과 예술적 정념과 열정을 포함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디렉터와 연계해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질박한 변방의 현대미술을 불러들인다. 그들은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들면서 예술적인 발언을 한다. 자유도가 높고 생동감이 충만한 인도네시아 미술가의 진솔한 눈빛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주에 도립미술관 학예팀은 베이징국중미술관의 초대를 받아 쑹좡에 간다. 전북미술가들이 쑹좡예술제에 참여할 방법과 조건들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전북미술이 베이징으로 향하는 물꼬를 틀 것이다. 쑹좡화가촌은 장샤오강, 팡리쥔, 양사오빈, 웨민준 등 걸출한 중국 현대미술가를 배출한 곳이다. 현재는 비공식적인 추산이지만 일만 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이곳을 근거로 활동하고 있고, 세계미술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당분간 이 거대한 흐름은 계속될 것이다.

 쑹좡화가촌이 세계에서 가장 큰 예술촌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중국 현대사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한 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계엄군을 동원해 발포하면서 무력으로 강제 해산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상자를 낸 정치적 참극이 톈안문사태이다. 그 이후 화가를 중심으로 한 반체제 지식인들이 베이징 서쪽 교외의 웬밍위안 지역에 모여 살았다.

 1996년, 중국 정부는 웬밍위안 지역에서 베이징대와 인근 대학생들이 활동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이들을 강제 해산했다. 이른바 웬밍위안사태는 인권탄압의 대표적인 사례로 서구사회에 알려졌고, 이때부터 중국 미술가들을 해외 미술계에서도 주목했다. 그곳에서 쫓겨난 일부 미술가들이 새로운 터를 찾다가 베이징의 동쪽 외곽에 있는 쑹좡에 안착했다. 시대 저항적인 현대미술을 탄압했던 중국 정부도 이제는 미술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5년부터 해마다 국제적인 행사로 쑹좡예술제를 열고 있다.

 전북도립미술관은 아시아의 야성과 생명력에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역동적인 아시아 미술을 주체적인 시각에서 모으고 연대하는 마당이 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손을 내밀고 펴야만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있다.

 이문수<전북도립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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