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화분, 도리어 도시 미관 해쳐
길거리 화분, 도리어 도시 미관 해쳐
  • 강주용
  • 승인 2017.09.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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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간 1천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전국 최고의 관광명소인 전주한옥마을의 주차장을 지나치면서 녹색 그늘막이 반긴다.

 조롱박 넝쿨은 말라 비틀어지고 앙상하게 줄기들이 매달려 있다.

 지금쯤이면 조롱박이 주렁주렁 열려 있어야 한다. 하지만 초겨울처럼 줄기가 말라 비틀어져 거의 죽어 있는 상태다. 표지판의 글귀는 어이가 없다.

 수종은 조롱박, 목적은 한여름 시민들에게 쉴 수 있는 그늘 제공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시민들에게 뽑거나 꺽으시면 안 된다고 빨간 글씨로 표시되어 있지만, 이미 죽어 있는 상태나 다름없다. 그늘을 제공하기는커녕 미관상 안 좋다.

 한옥마을을 두 번째로 찾았다는 경기도 안산시 A씨는 “거의 죽은 상태로 앙상하게 그물망에 매달려 있는 조롱박 넝쿨을 보면서 쓴웃음이 나온다. 시민들 세금을 낭비한다. 차라리 그물망 설치비용과 화분 식재 예산으로 도시를 청소하는 것이 낫다. 상가나 집 앞 그리고 도로변에 식재된 꽃들도 관리가 되지 않아 대부분이 죽거나 풀뿐이다. 많은 예산을 화분 식재에 쓴 것 같은데, 사후관리는 제로이다.”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 7일 전주시는 한옥마을 은행로에서 전주시와 한옥마을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옥마을 주민참여 꽃거리 조성 행사’를 가졌다.

 전주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과거 꽃 식재부터 관리까지 모두 행정이 맡아서 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행정과 전주화훼인·주민이 함께 힘을 모아 ‘내 집 앞과 내 골목에 꽃을 직접 심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식재된 화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홍보에만 치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주시는 한옥마을 주변 도로 화분에 많은 식물을 자주 심었다. 하지만 관리소홀로 인하여 제대로 된 꽃을 보기가 어려웠다.

 점포 앞·내 집 앞 주인이 물만 주어도 아름다운 꽃, 또는 생생한 식물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심은 후 며칠 지난 대부분의 화분은 잡초가 차지하거나 썰렁하다.

 식재 후 관리를 전적으로 전주시에서 책임지고 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 않다. 내 집·상가 앞에 식재된 식물은 인근 상가와 집에 사는 분들의 협조 없이는 제대로 관리될 수 없다.

 전주시는 내 집·상가 주인이 자발적으로 물을 주고 관리할 수 있도록 홍보나 지도를 해야 한다. 내 집·상가 앞 화분을 아름답게 가꾼 사람에게 작은 상품을 주거나 화분이 아름다운 집·상가라는 전주시 인증 표시를 해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집에 있는 화분도 거리에 내놓은 캠페인도 같이 한다면 개인 소유 화분과 도로 화분의 새로운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특색 있고 볼거리 있는 한옥마을 도로를 조성할 수 있다.

 강주용 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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