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그 아픈 이유들
학교 폭력, 그 아픈 이유들
  • 이해숙
  • 승인 2017.09.2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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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이어지는 학교 현장에서 나오는 뉴스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사들의 성폭력 범죄들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있고, 부안의 모 중학교 교사의 자살사건, 얼마 전에 일어난 전주 모 중학교의 여학생 자살사건, 그리고 7시간 동안 폭행을 당한 채 피투성이가 된 부산여학생의 사진은 온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옐로카드제, 스쿨폴리스제, 등하교 지킴이, 배움터 지킴이, 복수 담임제, 학교폭력신고 포상금제, 클링오프제와 같은 온갖 대책은 마련되었지만, 학교폭력은 더 잔인해졌고, 더 대담해졌다. 무엇이 우리의 교육현장을 이토록 요동치게 하고 있을까?

 이 수많은 대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원인의 규명이 틀렸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을 아이들만의 문제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세상에서 배운다. 그래서 학교폭력의 기저에는 가정의 상태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의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학교폭력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했거나, 또는 애써 외면해왔다.

 재벌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배고파 빵을 훔친 이들을 감옥에 보내는 사회가, 중범죄인 마약을 해도 유명 정치인들의 자녀라는 이유로 법정에서 풀려나게 되는 사회가, 자신의 권력과 지위로 모든 아이들의 함께 해야 할 경쟁을 피해 특혜로 취직시키는 사회가 학교 폭력의 진정한 원인이다.

 경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세상의 믿음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이름만 기억해주는 교사들이, 학교에 뻔질나게 드나들며 학교 일을 자신의 일삼아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의 어긋난 자식사랑과 그 노력에 부응하려는 교장들이 학교 폭력의 진정한 원인이다.

 발달장애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세우려 해도 집값이 내려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어른들이, 내 아이를 가난한 동네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보낼 수 없다며 가난한 동네 아이들을 학교에 오지 못하게 하는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들의 내신을 위해 교사에게 물심양면으로 다가서는 학부모들이 학교폭력의 진정한 원인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우리는 이러한 본질을 외면한 채 아이들의 문제로만 한정 지었기 때문에 그 수많은 대책들이 아무 효과를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 세상의 변화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면, 학교 교육의 과정에 부모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 학교 폭력 해결의 첫 번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끼리의 다툼은 세상의 역사와 같이 해왔다.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좀 더 생각해보면 사회적 학습의 한 방식으로도 이해될 수 있는 방식이다.

 이해의 충돌은 다툼으로 이어지게 되고, 다툼은 그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해의 조정과정을 거치게 되고 그 조정의 과정을 통해 성숙하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다툼에 부모의 입장이 개입되면, 아이들의 질서가 아닌 사회의 질서, 사회의 판단으로 문제가 확장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교육적 판단이 아닌 법적 판단으로 그들의 이해를 충족시켜 가는 것이며, 그것이 아이들을 대담하고 잔인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제 학교 현장을 경쟁하는 차가운 공부기계들이 만들어지는 곳이 아니라 순수한 아이들이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성숙시켜 가는 곳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법이라는 차갑고 냉정한 이성의 도구로 판단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해 표출과 충돌의 과정을 통해 ‘친구의 이해’까지 바라볼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함께 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교육의 현장으로 돌려놓아야 마땅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풀어낼 제대로 된 선생님이 필요하다.

 우산을 씌워주는 것보다 함께 비 맞아줄 수 있는 선생님, 이성으로 판단하기에 앞서 소리 없이 지켜봐 주는 선생님, 결과를 채근하기보다 끝내 기다려 줄 줄 아는 선생님, 말썽꾸러기 제제를 따스한 시선으로 한결같이 지켜봐 주던 뽀르뚜 아저씨 같은 선생님들만이 학교 폭력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해숙<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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