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행위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결정해야 한다.
행정행위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결정해야 한다.
  • 황의영
  • 승인 2017.09.1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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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돈 들어가게 생겼어요. 세금을 어떻게 냈기에 부족하다고 가산세가 붙어서 통지서가 나왔어요.” “세금은 무슨 세금요? 세금이라는 세금은 모두 챙겨서 다 냈는데 무슨 세금을 안냈다는 거예요?” “이것 보세요. 세무서에서 통지가 왔는데 무슨 소리하고 있는 거예요!”라고 하면서 외출했다가 현관에 들어서는데 아내가 질책이라도 하듯 서류를 내밀면서 말한다. ‘2015년 귀속 종합소득세’ 산정 시 2천만 원이 넘는 소득금액이 누락됐으니 가산세 포함하여 130여만 원을 더 내라는 과세예고 통지를 하니 권리구제 절차를 밟으라는 것이다.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소태나무 씹은 듯 입 안이 쓰다. 2015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 시 세무회계법인에 의뢰하여 신고했는데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잘못돼서 1백만 원이 넘는 생돈을 물어내야 한단 말인가? 참으로 난감했다.

 ‘과세예고 통지서’를 세밀히 검토했다. 2015년은 퇴직을 한 상태였기에 국민연금, 금융기관 개인연금과 여기저기 강의료, 수당, 원고료, 회의참석수당 등 다양한 곳으로부터 찔끔찔끔 조금씩 수입이 있었다. 당시 세무 신고했던 서류를 가지고 기관별로 신고된 소득내역을 살폈다. 대학의 강의료가 수령액보다 적게 신고됐다고 해서 월별로 실제 수령한 금액을 확인했더니 누락됐다고 하는 금액의 절반도 안 된다. 적어도 세무서에서 누락됐다고 하는 금액과 내가 실제로 수령한 금액의 차액만큼은 세금을 덜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세무서에 나가 확인하기로 했다. ‘과세예고 통지서’를 보낸 세무서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과세예고 통지서’를 받은 사람인데 내용이 상이하다”고 했더니 “수입금액이 누락돼서 ‘과세예고 통지서’를 보냈으니 그리 알라”고 하며 ‘고지서를 보냈으면 내면 됐지 뭔 전화냐’라고 하는 것 같다. 뜨악해 하면서 “올 테면 오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시간을 약속하고 세무서에 가는 도중에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고 당시 신고서류를 면밀히 검토해보니 학교에서 신고한 수입금액에 다른 기관에서의 수입도 함께 포함돼 있었다. 이중으로 계산된 것을 확인했으니 당초 맞게 신고했다. 안 오셔도 되겠다.”고 한다. “그러면 과세 예고 통지된 내용을 내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거기에 대응을 안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러셔도 좋다”고 한다. 한편으론 추가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행정이 이렇게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막 해도 되는가? 부아가 솟구친다. 담당자는 크게 미안해하지도 않은 것 같다. 참으로 한심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의구심을 가지고 대응했으니까 바로잡아졌지 잘 모르는 사람 같았으면 그냥 당하지 않았겠는가? ‘행정에서 했으니 어려니 잘했을까’라고 생각했다면 억울하게 세금을 이중으로 더 냈을 것이다. 일반 상거래에서와 달리 행정행위는 상대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대(多大)하다. 인·허가를 담당하는 행정기관이 명확한 사실관계나 관계 법률을 자세히 확인하지 못해서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피해를 주게 된다. 만약, 형사사건을 다루는 경찰이나 검찰에서 명확한 사실관계에 의한 일처리를 하지 않는다면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사람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다. 옥살이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살인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된다면 애매한 사람의 목숨까지도 빼앗을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행정행위를 결정하고 시행하는 사람들은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일이 많아서, 시간이 없어서, 잘 몰라서 대충대충 했다”고 하는 말은 행정행위를 집행하는 공무원에게는 변명이 될 수 없다. 한 가지 일을 하더라도 세밀하게 조사하고 검토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라고 공무원에게는 공직자로서의 사명이 부여된 것이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고 그걸 전제로 공무원에게 막강한 국가의 업무를 국가를 대신해서 집행하라는 권한을 준 것이다.

 요새는 도정(搗精)기술이 발달해서 쌀에 뉘가 거의 없다. 행정기관에도 사명감이 부족한 공무원은 거의 없으리라고 본다. 혹 국가가 쓸 곳은 많고 세원이 부족해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서 이중으로 세금을 부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재산과 직결되는 조세문제는 국민 민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더욱 신중하고 세심한 업무처리가 필요하다. 미국독립운동·프랑스혁명·동학혁명 등 과거 역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작은 행정행위들이 정권을 바뀌게 하는 나비효과를 일으키게 한다는 것을 행정행위를 집행하는 사람들은 명심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서 있고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한 시라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

 황의영<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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