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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의 인내천(人乃天), 사람 또한 자연이다.
이윤영 동학혁명(백주년)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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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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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지만, 지난여름도 전년도에 비해 더욱 더웠고 뜨거웠다. 이렇게 인간의 욕망에 의한 자연의 질서가 무너지면 사람이 어디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하였다. 어느덧 9월의 하순이 다가온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온에 장롱을 열고 긴 소매 옷을 찾아야 하는, 돌고 도는 절기의 신비함을 느낀다.

 이제 곧 시월이다. 가을의 문턱을 넘어선 오늘, 창밖의 은행나무가 하나 둘 노랗게 물들어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지난 추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런저런 수많은 사연들, 간직하고 싶은 기억도 있고, 버리고 싶은 생각도 있다. 옹졸했던 처신에 갑자기 낯이 뜨거워지는 자신도 발견한다. 고마운 사람, 미운 사람, 화가 치밀어 오르는 억울함, 저절로 웃음이 터지는 재미난 이야기들.

 저기 저만치 보이는 나무들은 말없이 사계절을 흘려보낸다. 스스로 옷을 벗는지 계절이 벗기는지, 나뭇잎들은 서서히 떨어져 나무의 밑거름이 되겠지. 이번 가을에 홀로 어딘가 여행을 떠났으면 한다. 하지만 일에 잡혀가지 못할 것을 생각하면 쓴웃음이 절로 나면서, 가을의 사색에 나를 기대어 본다.

 한 달여 전에 장모님을 저세상으로 보냈다. 효심이 지극한 나의 짝꿍이 걱정되었다. 가능하면 곁에 있어주고 슬픔을 잊게 하기 위해 사람을 자연에 비유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주 해주었다. 다행히 잘 극복하는 모습에 나의 노력도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내수도(內修道, 동학·천도교에서 결혼한 부인을 가리키는 말)께서 종교 신앙에 믿음이 있는 분이라, 의외로 잘 견뎌내고 태내지 않고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다.

 그 어떤 종교, 철학, 사상보다 자연의 진리가 나에게 더욱 가르침을 준다. 사계절이 순환하고, 꽃이 피고 지며, 새싹이 나고 잎이 떨어진다. 어찌 보면 인간의 생로병사와 같다. 그렇다. 계절과 기온이 바뀌고, 자연생태계의 태어남과 사라짐이 사실인 것처럼 우리 눈에 보이고 인식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자연의 근원은 영원무궁하여 생멸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이 사실처럼 알지만, 보이지 않는 근원을 확실하게 깨달을 때, 진정한 자연의 진리를 알 것이다.

 그러한 진실을 알기 위해선 정신을 집중하여 마음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육신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근원인 하늘이 보였을 때, 그동안의 습관을 모두 버리고 자신을 개벽하면 진짜 자신은 성령 즉 하늘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 하늘 성령은 생로병사에 물들지 않고 장생불사 즉 세상에 성령으로 출세하여 자연과 함께 영원히 존재한다. 내가 나의 생각을 바꾸고 하늘이 하늘 됨을 확고히 믿을 때,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생각이 바뀔 것이다. 바로 하늘의 눈과 생각이 되고 하늘의 마음과 육신이 될 것이다.

 하늘사람이 되면, 자신의 모든 것 즉 하늘이 숨 쉬고 하늘이 잠자고 하늘이 먹고 하늘이 일하게 된다. 어찌 하늘이 부동산 투기를 하고, 남의 물건을 도둑질하며, 그 누구에게도 폭력을 행할 수 있는가. 특히 끝없는 욕심과 명예를 탐낼 생각조차 나지 않을 것이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은 서로 나누고 도와줄 것이다. 또한 사람과 자연의 생명을 하늘의 생명으로 여길 것이며, 모든 일에 있어 높낮이가 없을 것이다.

 하늘사람은 두루 평등하고 존엄하다. 내 것 네 것 따지지 않고, 절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하늘사람들은 남이나 적국이 공격하고 빼앗으려 한다면, 하늘사람과 하늘땅을 지키기 위해 정당하게 싸우는 것이다. 모두가 원하는 하늘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사람 또한 자연이다. 자연 또한 하늘이다. 하늘 또한 사람이다. 사람을 하늘님(한울님)처럼 섬기고, 자연만물 또한 하늘님 생명으로 모실 때 즉 모심과 섬김의 세상이 열리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는 지상천국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이윤영<동학혁명(백주년)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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