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재미에 빠진 행복한 만학도
글 쓰는 재미에 빠진 행복한 만학도
  • 김기주 기자
  • 승인 2017.09.12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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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문해의 달 기념식 및 학예 발표회가 12일 전북도청 공연장에서 실시된 가운데 문맹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우고 쓴 시가 전시되고 있다./김얼 기자
 “바쁜 세월 칠십 언덕 터벅터벅 휘청휘청 누구 하나 관심 없고 가는 세월 타박하네, 이름 석 자 못쓴다고 동네방네 손가락질 부끄럽고 창피하나 원망 대신 힘껏 배워 배움의 한 풀어보세…”

  학습에 대한 열망과 그동안 배우지 못한 한이 동시에 담겨 있는 최순주(81) 할머니가 쓴 시 ‘힘껏 배워’다.

 최순주 할머니는 3년 동안 전주시 등불야학교를 다니며 그동안 배우지 못했던 문맹의 설움을 떨쳐냈다.

 “이제 은행과 동사무소에 가서도 내 이름 세 글자를 스스로 쓸 수 있다”는 최 할머니는 “세상이 달라 보인다. 글을 통한 행복을 나이 80이 돼서야 느낀다”고 말하며 소녀같이 웃었다.

 “나는 공부할 수 있는 밤이 좋다. 공부할 수 있는 꿈을 이루고 매일 밤 복습을 한다. 이 나이에 공부하게 해 준 학교가 있고 밤에는 복습을 하고 빨리 다시 학교에 가서 배우고 돌아와 나의 궁금증을 풀 수 있는 밤이 너무 좋다”

 이 시를 쓴 주인공인 최 할모니는 전주평생학교에서 한글을 배운지 1년 4개월 된 김선희(80·여) 할머니다. 할머니는 자신의 시화 앞에서 손녀들 축하와 함께 기념사진을 연신 찍었다.

 12일 오후 2시 전북도청 대강당.

 전북도청은 성인문해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2017 전라북도 문해의 달 기념식 및 학예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시·군 단위의 야학교, 평생학교 등을 통해 한글 깨우친 만학도들이 개개인들의 사연은 담은 시화 66점을 전시했다.

 기념식에서 만학도인 아내가 글을 배우고 스스로 쓴 글로 상을 받자 눈시울을 붉힌 남편도 있었다. 아내 박명순(70·여) 씨가 시화전에서 전라북도평생교육진흥원장 상을 받자 남편 김기춘(76) 씨는 준비한 꽃다발을 전달하며 “그동안 아내가 남모르게 평생 속 앓이 했다”며 “늦게나마 글을 깨우쳐 너무 대견스럽다”고 뿌듯해했다.

 이날 행상의 묘미는 2부 순서로 진행된 학예발표회였다. 늦은 나이에 종종 실수를 연발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었지만 시종일관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감동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참석한 송하진 도지사는 축사를 통해 “100세 시대 평생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문해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자 의무 사업이다. 도차원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문해란 일상생활에 필요한 간단한 문장을 이해하고, 읽고, 쓸 수 있는 정도를 말하며 읽고 쓰고 셈하기가 불가능한 것을 비문해라고 말한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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