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4일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지 무려 110일 동안이나 질질 끌면서 갑론을박하다 표결에 붙인 결과 부결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헌재소장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 부결은 지난 1987년 헌법재판소가 출범한 이후 헌정 사상 첫 소장 후보자 낙마이자 문재인 정부의 첫 부결사례로 남게 됐다.
가결을 위해서는 최소 과반표인 147표가 필요했다. 하지만 표결 결과는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가 나왔다. 가결 정족수에 2표가 모자란 결과다.
민주당은 자당 120명, 진보성향인 정의당 6명, 새민중정당 2명, 민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과 서영교 의원 등 130명을 확보한 것으로 봤다고 한다. 또 39명인 국민의당에서 최소 20표 이상 확보해 임명동의안 가결은 무난할 것으로 본 것 같다.
하지만 임명 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민주당에서 일부 이탈표가 나왔거나 국민의당에서 20명 이상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국회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청와대와 민주당은 ‘다수의 횡포’라며 격앙된 반응을 표출했다. 야권은 ‘정권의 사법부 코드인사 저지’라며 고무된 분위기다.
임명동의안 부결에 따라 지난 1월31일 박한철 전 소장 퇴임 이후 223일째 공석인 헌재소장 공백사태는 기약이 없게 됐다.
또 헌재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정원을 채우지 못한 재판관 8인 체제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정치권의 지루한 공방 끝에 나온 전북 출신 김이수 헌재 소장 후보자의 낙마 결과를 지켜 보면서 필자는 국회의 표결 결과에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가 헌재 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만큼의 이렇다 할 흠결이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낙마사태의 1차적 책임은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 있다고 봐야 한다. 과연 민주당이 얼마나 겸손하고 겸허한 자세로 야권을 설득하고 협력을 구하려는 자세와 각오로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안철수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국민의당이 각을 세우고 있었지만 안이하게 판단하고 표결을 강행했다 호된 대가를 치르게 생겼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반란표 얘기도 제기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전북의 여당이자 호남의 맹주를 자처하는 국민의당 역시 낙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의당 국회 의원들이 찬반 어느쪽에 표를 던졌는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국민의당에서 20표 이상 반대표가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지 않는가.
하지만 무엇보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첫 국회 낙마 사태가 김 후보자가 전북이 아닌 타지역 출신이었서도 국회가 과연 그랬을까하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여권의 밀어붙이기도 그렇고 야당의 견제도 그렇다하지만 전북출신이기에, 전북출신이라서 좌고우면없이 핀셋으로 꼭 찍어내듯 고르고 골라 낙마시킨 것 아닌가하는 그 생각 말이다.
전북출신이기에 만만하게 보고 여당에 본때를 보여주자는 식으로 발목잡기의 희생양 삼은 건 아닌지 생각하는 것은 오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북 도민들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인과응보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 지 가슴에 새길 것이다.
이보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