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륭 교수의 ‘새로운 시대구상’
성경륭 교수의 ‘새로운 시대구상’
  • 한성천 기자
  • 승인 2017.09.0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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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비전창조 제2기 CVO과정 <14강>
▲ 전북도민일보 비전창조 제2기 CVO과정 2학기 첫 강의가 7일 오후 7시 본사 6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가운데 첫 강사로 나선 성경륭 한림대 교수가 ‘새로운 시대구상 : 포용국가와 포용경영’이란 주제로 열띤 강연을 펼치고 있다. 신상기 기자
전북도민일보 비전창조 제2기 CVO과정 2학기 첫 강의가 7일 오후 7시 본사 6층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이날 제14강 CVO과정에 초청된 성경륭 한림대 교수는 ‘새로운 시대구상 : 포용국가와 포용경영’이란 주제로 열띤 강연을 펼쳤다.

 특히 성 교수는 ▲박정희 패러다임의 종언과 대안의 모색 ▲혁신적 포용국가의 모델과 원리: 한국형 사회적 시장경제 구축 ▲혁신적 포용국가로의 이행을 위한 정책과제 ▲포용국가 시대의 포용경영 전략: 포용적 자본주의로의 진화라는 4파트로 나눠 이제 한국은 포용국가로서의 포용경영의 철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 교수의 강의내용을 요약 보도한다.

 우리나라는 산업화가 시작된 이후 빨리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나 그에 버금가는 고통대국이 되었다. 특히 자살률, 산재사망률, 가계부채, 남녀 임금격차, 노인빈곤율, 출산율, 낙태율, 국가채무증가율 등 수많은 악성지표에서 OECD 50관왕을 달성했을 정도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그 여파로 인구기반은 빠르게 붕괴되어 가고 있으며, 이에 더해 환경생태기반의 붕괴로 인해 지속 불가능사회로의 퇴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한국의 역설’(paradox)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 들어가보면, 거기에는 ‘기적의 신화’로 일컬어지는 박정희 모델이 있다. 박정희의 발전국가 모델은 국가주도의 재벌중심 수출경제를 지향했다. 발전국가모델은 김영삼 정부 들어 신자유주의와 결합하면서 외환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박정희 모델과 신자유주의의 결합은 약탈경제로의 이행을 촉진하였다.

 박정희 모델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그다음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포용의 철학에 기초한 포용국가 모델밖에는 대안이 없다.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불행, 불안, 불평등, 불신이 만연해 있다. 이념과 지역, 세대와 계층에 따른 분열과 대립도 그 어느 사회보다 높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존과 지속적 번영을 추구하는 포용의 철학을 바탕으로 국가운영 원리를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 포용의 철학은 다름의 공존을 넘어 다름과 다르지 않음의 차이마저 소멸시키는 융합의 철학으로서 동양의 태극사상, 원효의 원융회통과 화쟁사상, 서양의 변증법 철학을 관통하는 핵심개념이다. 또 성공한 국가와 제국은 모두 바로 이 포용의 철학을 국가의 핵심적 운영원리로 받아들였다는 점도 주목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대화 프로세스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포용성과 혁신성의 원리를 경제, 고용, 복지, 교육 등 4대 분야에 장착하는 과제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경제 측면에서는 재벌대기업의 독과점 구조 해소, 약탈경제 청산을 포하하는 공정경제 구축,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협력경제, 그리고 산학연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혁신경제를 지향한다. 고용측면에서는 고용의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축소, 임금 향상, 노조의 교섭력 증진 등 고용의 질적 개선을 위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복지도 포용성과 혁신성이 결합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국민의 기본생계를 보장하고 복지수준을 증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사회투자라는 관점에서 복지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요구된다.

 포용국가는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을 필요로 한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자본주의 모델은 포용국가가 지향하는 핵심 원리, 즉 포용성과 혁신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기심과 탐욕, 단기적 이윤추구를 지향하는 주주 자본주의 시대가 저물고 경제적 가치실현과 사회적 가치실현을 모두 강조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서는 주주뿐만 아니라 피고용자, 소비자, 하청기업, 지역사회, 생태계 모두를 이해관계자로 파악하고 포용적 관점의 기업경영을 강조한다.

 이러한 새로운 자본주의 운동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은 기업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해야 하며, 이것이 자본주의 질서에 가장 잘 맞는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이해관계자를 포용하는 기업,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은 결국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사례와 지표, 자료들이 가리키는 것은 정반대이다. 일례로 이해관계자모델에 기반하여 의미, 가치, 공동체 기여를 추구하는 ‘사랑받는’ 기업과 주주자본주의 모델에 기초하여 이윤추구에 매달리는 ‘위대한’ 기업의 장기적 기업가치를 비교해 보면, 사랑받는 기업의 장기적 기업가치는 위대한 기업의 장기적 기업가치보다 2~3배 가량 높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국가모델은 경제적 성공을 최상의 가치로 설정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 사회가 실패하고 사람이 사라지는 비극적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고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외면한 성장 전략은 대한민국의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다. 경제적 성공과 사회적 성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포용국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경제주체인 기업의 역할도 새로운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단기적 이윤추구를 지향하는 이윤 일변도의 경영은 지속가능한 포용경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포용성장, 혁신성장, 지속가능사회를 실현하는 최고 수준의 자본주의에 가장 먼저 도달하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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