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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녀와 한남충으로 읽는 세상
김종일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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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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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젊은 남녀들 사이에 서로 비하하고 경멸하는 의미의 대명사로 쓰이는 김치녀와 한남충. 자칫 우스갯소리로 흘려 넘기기 쉬운데, 자기 잇속만 챙기는 속물근성을 가진 여자라는 뜻의 김치녀와 무능하고 이기적이며 쩨쩨한 남자라는 한남충이라는 용어가 나타난 배경과 그 의미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날이 갈수록 우리 처녀총각들의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결혼 자체에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고, 출산율 또한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섣부른 결론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 젊은이들 스스로 결혼과 출산이 자신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기로 하자. 인간도 동물이다. 따라서 사람도 다른 동물들과 얼마간 비슷한 사회적 행태를 보인다는 잠정적 가정하에, 1968년 미국의 정신건강연구소에서 쥐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실험을 돌아보기로 한다.

 한정된 공간이라는 제약을 제외하고 쥐가 살기에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유토피아에 암수 4쌍의 쥐를 넣었다. 쥐들에게 제공된 공간은 이론상 약 3,800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는 면적이었다고 한다. 알다시피 쥐는 번식력이 뛰어나다. 쥐들은 번식을 거듭해 2,200 마리에서 정점을 찍은 다음에 개체 수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1,780일 후 마지막 수컷 쥐가 사망하면서 종 자체가 완전히 멸종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쥐 집단이 완전한 멸종에 이르기 전까지 나타났던 현상들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그것들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초기에 쥐의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서서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린 쥐들의 공격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서로 싸우다가 상처를 입고 죽는 쥐들이 많았단다. 그리고 능력 있는 수컷들이 암컷들을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서서히 번식을 위한 경쟁을 포기한 수컷들의 숫자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전체 출산율이 급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암컷들 또한 출산과 양육을 포기하고 새끼를 죽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급기야 대부분 쥐들이 번식에 무관심해지면서 더 이상 싸우지도 않고 오로지 먹고, 마시고, 자고, 털 손질하는 일만 하기에 이르러 결국 멸종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요약하면 과도한 경쟁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살아남기 위해서 쥐 집단은 번식을 포기했고 결국 멸종했다는 실험 결과이다.

 이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자.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세계에서 세 번째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처럼 경쟁이 치열한 사회도 드물다는 것은 대개 동의할 것이다. 청소년기에는 진학 그리고 성인기에 접어들면 취업을 위한 경쟁과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우리 사회 전체를 짓누르고 있다고 봐도 좋겠다. 앞서 살펴본 쥐 집단은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번식을 포기했다. 물론 이 결과를 우리 사회에 곧바로 적용해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우리의 젊은이들이 결혼과 양육을 멀리할 만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부연하면 김치녀와 한남충이란 용어는 우리 젊은이들이 스스로 생존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자기보호본능에 따라 서로 거리를 넓히면서 일종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징후로 볼 수 있겠다. 김치녀나 한남충 따위와 결혼할 수 없다는 일종의 정당화 내지는 자기 합리화를 위한 눈물 나는 역설이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미고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일단 취업을 해서 얼마간의 경제력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셋째와 늦둥이가 부의 상징이라는 말이 있듯이, 젊은이들의 경제력이 충분하다면 자연스럽게 결혼과 출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문제는 취업이 된다. 사실 과거에 비해 일자리가 많이 늘었음에도 청년층의 취업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수십 년 사이 우리의 경제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만큼 일자리의 숫자도 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청년 취업난의 핵심은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의 수준 또한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로 가득 찬 파라다이스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과거 우리 경제를 이끈 숨은 주역인 소위 공돌이와 공순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른바 3D 업종들은 약 200여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필자는 외노자들의 수입을 점진적으로 줄여갈 것을 제안하고 싶다. 극단적으로 국내에 외노자가 없다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기저의 임금이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며 업종과 무관하게 결혼해서 자녀를 양육할 경제력이 공급될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최저임금을 높여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시장 기능에 반하는 급격한 조치들은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외노자들의 수를 서서히 줄이면서 시장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리고 점진적으로 우리 사회 뿌리업종 임금의 상승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정리하면, 청년 취업난, 결혼기피 그리고, 저출산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풀어가는 해법의 출발점은 외국인 노동자의 숫자를 조절하여 사회 기저 임금의 상승시켜 누구나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세상을 만들어 보자.

 김종일<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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