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건설업계 옥죄는 ‘계약심사제
전북건설업계 옥죄는 ‘계약심사제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7.08.3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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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공사의 예산낭비 요인을 사전에 차단, 효율적인 재정운영을 위해 도입된 계약심사제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 건설업계에 ‘득’이 아닌 ‘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발주처의 과도한 공사비 삭감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면서 품질 저하와 적자 시공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제도의 전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계약심사제도는 발주처가 사업 발주 전에 사전심사하는 제도로 원가산정, 공법선정, 중복투자 등에 대한 설계의 적정성을 심사 검토해 효율적인 재정운영 및 시공품질 향상을 위한 제도이며 지난 2003년부터 도입됐다.

제도가 시행되면서 한해 수백억 원을 아꼈다는 시·도부터 매년 수억원씩의 혈세 낭비를 막고 있다는 시·군·구까지, 너나 할 것 없이 계약심사제가 예산절감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성과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예산 절감이라는 성과에만 집착해 현장 특성에 맞는 기술과 공법을 제시하고 설계금액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본래 기능이 퇴색되고 있어 건설업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심사 과정이나 조정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작위적으로 공사비만 깎는 수단으로 오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A지자체는 설계금액 136억원 규모의 건설공사에 대한 계약심사를 진행하면서 무려 25억원을 삭감했다.

일반관리비와 이윤, 기타경비를 각각 1.5%씩 낮춰 111억원 규모의 입찰공고를 낸 것이다.

공고문을 본 업체들은 해당 금액으로는 도저히 성과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조달청 기준 원가를 적용해도 설계금액만 10억원 이상 부족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조달청의 경우 지난해 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조사금액을 공개하고 있지만, 지자체들은 요지부동이다. 이렇다 보니 지자체마다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 대거나, 상식 이하 수준의 공사비를 삭감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공정을 삭제하거나 공법 및 재료를 변경하기에 앞서, 심사부서와 발주부서, 시공사, 감리자 등이 참여해 현장을 확인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내 건설업계 관계자는“계약심사제가 공사비를 깎아 예산을 절감하는 도구가 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저렴한 공법, 저렴한 재료 사용으로 인해 시공품질이 떨어져 국민이 불편을 느낀다면, 또 무리한 관리비 및 기타경비 삭감으로 부실시공이 발견되거나 시공사가 부도가 난다면, 당장 예산 절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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