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친화적 전통의 선비정신
자연친화적 전통의 선비정신
  • 김동수
  • 승인 2017.08.24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51(완) 전근표(全根杓: 1949-)
 전북 진안 출신. 육군제3사관학교와 방송통신대학 행정학과와 원광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 육군 3사관학교 교무과장을 역임하고고 중령으로 예편했다. 2008년 『한국시』로 등단한 이래 전북문인협회회원, ㈜ 하림 상무이사, 진안문인협회장, 미당 서정주 시낭송회 운영위원장등을 맡아 활동하면서, 시집 『아버님, 하늘나라 그곳에도 꽃은 피었나요』(2009), 『사랑합니다! 아버님』(2013), 『꿈의 노래』(2017)를 발간하였다.

  ‘시란 역사와 현상의 질곡을 초월한 자연에 접목하여 인간성 복원을 위해 미래를 아름답게 노래하는 언어적 파노라마라(제1시집 ’저자의 말‘)는 시관(詩觀)으로 고향과 부모님을 남달리 사랑하고 공경하는 선비적 동양정신을 바탕으로 자연친화적 전통의 서정시를 쓰고 있다.

 

 눈도 아닌 것이 꽃잎도 아닌 것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부르고 있다

 

 겨우내 가슴앓이하던 봄이

 툭 툭 불거진 매화 가지에

 봄눈을 내린다

 

 저 눈 밑에선 꽃눈이

 봄을 열고나올

 힘을 기르고 있다

 

 매화가지 터질 듯 부푼

 수줍은 가슴을, 햇살이

 부드러운 빛살로 어루만지고 있다

 --- 「봄눈 1」에서, 2009

 

  시에 생동감, 곧 생기(生氣)가 감돌고 있다. 주역(周易)에서는 ‘미(美)’의 근원을 이 생기에서 찾고 있다. 생기는 그만큼 생존과 생장에 유리한 가치 덕목으로 사물의 탄생과 발전의 근원적 힘이다. ‘눈(雪)’이 내려 ‘봄을 부르고’ 그 ‘봄’이 무르익어 ‘꽃망울’로, 그리고 그 ‘꽃망울’이 ‘매화가지 터질 듯 부푼/ 수줍은 가슴’으로 변용되는 초월적 직관의 은유가 참으로 싱그럽고 향기로운 봄의 생기가 아닐 수 없다.

 

 누가 들어 주지 않아도

 깊은 산속 골짝 물은

 졸 졸 졸 소리를 냅니다

 

 맞아주는 이 없어도

 허허벌판 들국화는

 짙은 향기를 내뿜습니다

 

 누가 거둬주지 않아도

 폭풍우 엄동설한에

 나무는 자라 열매를 맺고

 

 보아주는 이 없어도

 뙤약볕 폭염 속에

 들풀도 꽃을 피웁니다

 

 나는 눈을 뜨면 세상을 봅니다

  - 「눈을 뜨면 세상을 봅니다」 전문

 

  그가 펼쳐 보이고 있는 세상은 무위 자연 그대로의 세계, 곧 도(道)의 세계이다. 깊은 산골에서 졸졸졸 흐르고 있는 ‘골짝물’과, 아무도 없는 벌판에서 홀로 향기를 뿜고 있는 ‘들국화’도 그것이다. 이처럼 그의 시는 스스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우주 자연의 섭리를 관(觀)하는 견성의 자세로 자연주의적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곳에 가 보고 싶다

 금강 상류 시원한 물소리의

 옛이야기 구수한 그곳

 

 저녁놀에 백로가 새끼들 데리고

 하늘 길 가면서 도란거리는

 -중략-

 어린 꿈이 자랐고

 또 꿈을 묻어 놓고 나온 그 곳

  - 「그곳에 가고 싶다-용담댐」 에서

 

  지난 날 힘들고 아픈 기억들로부터 발원된 그의 시는 고희에 이른 지금에 이르기까지 ‘물속에 깊게, 깊게 잠들어 있는/고향집’과 그 시절 마을의 풍경들이 그의 시의 원형질을 이루면서 한국적 전통의 인도주의와 자연의 서정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김동수: 시인, 백제예술대학교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