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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과 문재인 대통령
이정덕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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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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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졸 출신 노무현 대통령, 나에게는 애증을 지닌 대통령이다.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 때도 그랬지만,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정말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취임하기 전인 2003년 2월 노무현 당선인이 전북에 간담회를 하러 왔을 때 참석했는데 전북사람들 앞에서 호남보다 영남의 표가 더 많았다는 이야기를 해서 기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할 분위기도 타이밍도 아닌데 왜 여기에서 그런 말을 할까, 정치적 감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노무현은 맑은 정신의 소유자였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전술과 책략이 부족한 대통령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해서 대통령으로서 가장 뛰어난 정치적인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대중의 담대한 한반도 비전과 노무현의 서민성이 잘 혼합되어 있다. 김대중은 완전히 기울어진 한국사회에서 고군분투하다가 넘어졌고, 노무현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좌충우돌하다가 넘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혁명으로 당선되었다고 해도 조금만 잘못하면 지지가 금방 떨어지는 자리이다. 현재도 한국당, 조선일보, 동아일보, 조선TV가 날마다 날을 세우며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 방식으로 이를 헤쳐나가고 있다. 국회, 언론, 권력기관, 관료, 경제계, 학계가 보수로 기울어진 한국에서 강약을 조절하면서 안정적으로 의제를 제시하고 주도하여 계속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국민들을 껴안아주고 같이 하는 모습이 나를 위한 대통령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동안의 연설이 이슈의 핵심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고 의제의 방향을 알기 쉽고 설득력 있게 잘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잘 실천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말이나 일로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있다. 균형감각과 절제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몰상식한 정부운영과 대비되고, 촛불혁명의 힘이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높은 지지율을 설명하기 어렵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의 학습효과, 당시에 성장한 인재들, 인사나 정책발표의 전략적인 고려, 정책발표와 이벤트의 스케쥴, 문제가 생겼을 때 상황을 고려한 빠른 대처 등이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보다 잘 작동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의 지지율이 상당히 높은 정책들을 1-2주에 하나씩 상황에 맞추어 발표하고 있고, 대통령 부부가 낮은 자세로 국민과 함께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고, 국민의 정서와 열망을 담은 이벤트들을 적절히 배치하고 있다. 인사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드러났지만, 적절히 수습하였고 좋은 인재도 많이 뽑았다. 인사를 통해 각 기관이 스스로 개혁하게 하고 있다. 북한의 비이성적인 행태가 반복되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을 언급할 때도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며 미국에 제동을 거는 모습은 김대중을 연상케 한다. 그러면서도 사드임시배치 등 미국과 강경정책을 같이하는 강온전략을 함께 구사하여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개혁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구체적인 정책이 나타나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자기 생각과 다르다며 일부 지지자들이 이탈한다. 또한 개혁을 막무가내로 비난하는 세력이 강하게 뿌리내리고 있어 조금 잘못하면 벌떼처럼 공격을 받으며 지지율도 대폭 하락한다. 그러다 보면 정권운영의 여유도 사라지고 전체적인 조율도 잘 안되면서 문제가 더 커진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수두룩하지만, 지금까지 헤쳐 나온 모습을 보면 김대중·노무현 정권보다 훨씬 잘 헤쳐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주면 정말 고맙겠다.

 이정덕<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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