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만들어낸 닭의 수난시대
욕심이 만들어낸 닭의 수난시대
  • 장선일
  • 승인 2017.08.2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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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개는 있으나 땅에 머물면서 온갖 해충을 없애고 어둠 속에서도 가장 먼저 빛을 알리는 동물이 바로 닭이다. 닭은 상서롭고 신통력을 가지는 동물로 60간지 중 34번째이면서 12지간에서 열 번째에 해당하는 길조(吉鳥)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에 이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조류독감에다 살충제 계란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올해가 정유년 ‘붉은 닭의 해’인데, 대접은커녕 사상 유례 없는 수난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올 6월 말까지 살 처분된 닭이 수천만 마리에 이르고, 살충제 계란이 뭉개져 매몰 처리되고 있어 우리에게 유익한 자원이 기피 동물로 전락하게 되었다.

 사실 닭은 고기뿐만 아니라 계란이란 큰 선물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는 가장 유익한 동물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소비되고 있는 닭이 약 200만 마리에 이르고, 계란은 400만개가 소비되고 있어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소중한 식량 지원이다.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땅에 정착하여 우리의 삶과 같이하고 있는데, 우리의 욕심 때문에 닭이 이 같은 수난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원래 닭은 약 4,000년 전에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기르기 시작하여 전 세계 널리 퍼지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 닭이 들어온 것은 정확하지 않으나 삼국시대 이전으로 알려졌다. 사람 곁에서 시간을 알려주고 고기와 알을 선물하면서 우리에게 길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정착된 동물이다.

 이러한 닭이 각종 식량자원으로서 활동되자 좁은 공간에서 많은 수를 양계할 필요가 있었다. 양계시점은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으로 육계와 산란계로 분리하여 밀집 사육되면서부터 문제의 질병에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정상적인 사육환경에서는 자체 면역능이 형성되어 질병으로부터 강하지만, 오늘날 식량자원으로 사육되면서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된 셈이다.

 요즘 닭을 사육하는 대규모 농장에서는 한 평당 약 100여 마리를 밀집시키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게 한다는 목적으로 닭의 부리를 자르는가 하면 속성시키기 위해서 각종 성장호르몬과 함께 항생제를 사용하고 급기야 진드기와 같은 해충을 박멸할 목적으로 매우 독성이 강한 ‘피프로닐’과 같은 살충제를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유럽에 살충제 계란 사건이 발생한 이후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파동은 이미 예상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는 일이다. 급기야 당국에서 살충제 전수조사에 나서게 되었고, 조사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하였지만, 분명한 것은 피프로닐을 비롯한 비펜트린, 플루페녹수론 및 애톡사졸 등 살충제가 검출되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애톡사졸과 같은 성분은 과수원에 살충제로 살포하는 농약성분이기 때문에 가축에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농약이 아무런 제재 없이 가금농장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 알고 있듯이 닭고기는 닭볶음과 삼계탕 등, 계란은 후라이, 말이, 찜 등 직접사용과 각종 제과에 널이 사용되기 때문에 닭에 문제가 발생하면 식생활뿐만 아리라 사회·경제에 큰 혼란을 야기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작금의 살충제 파동은 분명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양심 없는 농장주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너무 사육관리에 취약점이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장에서조차 살충제를 쓰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당국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이 난국을 지혜롭게 극복해야 한다.

 먼저 당국은 이번 파동을 거울삼아 전국적으로 양계시설 및 사육환경, 평당 사육마리 수 그리고 사료와 질병예방 대책 등 사육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표준관리치침(SOP)을 만들고 이를 성실히 농장주가 실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지도해야 한다.

 다음으로 당국은 닭뿐만 아니라 가축을 사육하는데 있어,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해마다 발생하는 조류독감도 이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형편없이 부족했다는 점을 재인식하고, 가축 종류별 전문가를 양성하여 보급하고 관리해야 한다.

 더불어 농장주의 양심이 바로서야 한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보다 쾌적한 사육환경 시설을 갖추고, 앞으로 마련될 사육관리 SOP를 철저히 지키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식량자원 공급자로 다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단 한 마리의 닭과 계란이 유통되더라도 어느 농가에서 생산되었는가를 알 수 있게 생산 이력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법적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우리 소비자는 생산자의 이력을 추적하여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농장주를 늘 감시해야 한다. 문제가 터지면, 호들갑 털지 말고 이를 꼭 기억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 닭이 이와 같은 수난시대를 당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장선일<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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