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새벽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연맹 총회에서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로 한국의 새만금이 확정됐다. 대회 유치를 위해 세계 각국을 종횡무진 누비며 수고를 아끼지 않은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함종한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민관 유치단 여러분께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필자도 대회유치를 위해 일조할 수 있었기에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세계잼버리대회 새만금유치’를 문재인 대통령 공약과 새 정부 정책에 포함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회의에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이후 범정부차원의 지원방안이 마련되면서 유치활동에 힘이 붙었다. 또 새만금 노마드축제 신규사업비 2억 원 확보에 협력했고, 전북도지사와 항공사 사이에 면담을 주선하여 참가국의 항공료 경감방안을 논의함으로써 표심의 향배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현재도 ‘스마트 잼버리’를 위한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기술의 ‘세계화 스마트 융복합 멀티플렉스’ 조성사업비 100억원 확보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전북연구원은 대회유치로 국내생산유발효과는 796억 원에 1,050여명의 고용유발효과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올림픽처럼 경기장 등의 기반조성이 필요 없고 자비로 참여하기 때문에 예산부담이 적은 반면, 165개국 5만여 명의 세계 청소년이 10여일 이상 숙박을 하면서 식재료 구입 등으로 인해 농림수산식품의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와 신뢰가 향상되고 새만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의 입장에서는 그 무엇보다 새만금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기대가 가장 크다. 새만금사업은 정권마다 장밋빛 개발 계획을 내놓았으나 예산 부족, 컨트롤타워 부재 등의 문제로 추진에 차질을 빚었다. 현재도 용지 매립은 전체 예정 면적(291㎢)의 10%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새 정부가 속도감 있는 새만금 개발을 약속하고 공공주도 매립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상처가 깊은 전북도민들은 낙관만 하지는 않았다.

　이제 분명한 명분이 생겼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서 관광레저단지 내 9.9㎢ 야영지 조성 등을 위한 매립과 기반시설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 공항, 철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구축도 반드시 필요하다. 수년째 착공조차 못한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와 21년째 표류중인 새만금 신공항 등을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된 것이다.

　실제 1991년 국내 첫 세계잼버리대회가 열렸던 강원도(고성)는 대회장과 연결되는 도로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일명 미시령도로와 ‘잼버리도로’로 불리는 춘천-홍천-강릉간 도로가 개통됐고 월정사~주문진 등 9개 노선 124km가 확포장 됐다. 이를 계기로 강원도는 ‘관광 1번지’라는 명성을 얻은 바 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의 아들 ‘카이로스’는 ‘기회의 신’이다. 그런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앞머리는 무성하고 길지만 뒷머리는 대머리로 벗어져 있고 날개가 달린 발은 항상 뒤꿈치를 들고 있다. 손에는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이런 모습을 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앞머리가 무성해서 왔을 때 알아보기 어렵고, 지난 뒤에는 뒷머리가 없어 잡을 수 없고, 발에 날개가 달려 최대한 빨리 사라진다. 기회를 잡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또 기회가 왔을 때 저울을 꺼내 분별 있게 판단하고 칼같이 결단을 해야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세계잼버리대회 새만금유치는 전북의 카이로스다. 카이로스의 모습이 주는 의미를 다시 새겨본다. 전북의 정치권과 도민 모두 지혜와 역량을 총결집해 선제적 대응으로 카이로스를 단단히 잡아야 할 것이다.

　안호영<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