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토론의 맛에 푹 빠지다
독서 토론의 맛에 푹 빠지다
  • 임희종
  • 승인 2017.08.17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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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 여름 피서의 한 방법은 역시 독서에 빠지는 일이다. 책 속에 몰입하다보면 땀도 잦아들고 앎과 깨달음의 기쁨 때문에 어느 정도는 더위를 잊을 수 있다. 지난 날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을 때면 늘 따라 붙는 질문, ‘아니 왜 그땐 내가 이것을 모르고 지나갔지?’이다. 책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독자에 의해서 새롭게 읽히고 시대 상황에 따라 달리 읽히는 마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리라.

  학생들과 함께 ‘연어, 다시 읽기’를 하고 있다. 5~6명이 원탁에 앉아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대목 2가지씩을 이야기하고, 그 이유에 대해 나누었다.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간다는 뜻이지. 꿈이랄까. 희망 같은 거 말이야. 힘겹지만 아름다운 일이란다.’ 저는 이대목이 참 좋았어요. 지금의 제 처지와 비슷하다고 여겼거든요. 솔직히 요즘 공부하기가 좀 힘들거든요. 그렇지만 한 번 거슬러 오르기를 해보려구요. 또 한 아이가 이야기 한다. ‘그래.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우리는 누구나 우리 아닌 것의 배경이 될 수 있어.’ 저는 이 대목이 맘에 들기는 했는데 좀 어려웠어요. 우리 엄마는 그런 것 같은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자꾸 던져지는 거예요. 얘들아, 내가 너희들의 배경이 될 수 있을까?

  ‘마음의 눈으로 보면 온 세상이 아름답거든. 전에 같았으면 무심코 넘겨버릴 일들이 은빛 연어에게는 하나하나 소중한 의미가 되어 다가왔다.’ 저는 이 구절이 가슴에 다가왔어요. 기분이 좋을 때면 순수해지는 것 같았거든요. 순수한 맘으로 보면 모두 아름답고, 이후에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거든요. 말문이 터지자 학생들이 서로 묻고 대답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왜 그렇게 생각했니? 그냥! 잔잔하게 가슴으로 비집고 들어오더라구……. 뭐라고 표현하기는 좀 어렵지만.

  연어라는 말 속에 강물냄새가 난다는 말에서처럼 모천의 정서를 갖고 도전했던 삶들을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될 뿐 아니라 자기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하게 되고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려는 배려가 웅숭깊게 피어난다.

  더하여 우리학교 학생들의 외부 독서관련 캠프 참여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는 창이었다. 먼저, ‘인문학, 일상의 행복’이라는 주제를 걸고 전북교육청이 주관한 2017 청소년 인문학아카데미는 37개 학교가 참가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책과의 만남도 좋지만, ‘사람책’(휴먼라이브러리)과의 만남은 또 다른 묘미가 있다. 휴먼라이브러리 읽기는 살아있는 타자, 즉 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다양한 질문들, 말한다는 것, 관찰한다는 것, 본다는 것, 사람답게 산다는 것, 기록한다는 것, 이야기한다는 것에 대해 질문을 만들고 사람책과의 지식을 공유하는 재미에 푹 빠진 시간이었다.

  또 하나, ‘희망을 말한다는 것’을 주제로 전국의 학생들이 모인 ‘김해 청소년인문학읽기전국대회’는 경쟁사회 속에서 생존의 싸움에 익숙한 우리 학생들에게 비경쟁적 토론을 통해 집단지성의 웅장함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계기였다. 밤늦게까지 4명의 저자들과 질문을 만들고 준비된 학생리더와 함께 하는 월드카페 토론, 저자와의 심층토론을 통해 좀 더 깊게 읽는 방법을 터득하는 모습은 대견함을 넘어 감동이었다. 청소년들의 싱싱함과 풋풋함, 그리고 도전정신을 읽어내는 일은 제자들과 함께 김해까지 4시간 반 차를 몰고 달려간 피곤함도 뿌리치기에 충분하였다.

  학생들의 사소한 질문 하나하나에도 귀 기울여주며 성심을 다해 답변해주는 저자의 태도 속에서도 우리 학생들은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다양한 독서를 통해 다른 사람의 흉내내기에서 벗어나 ‘나는 나’라는 자기 존재감 터득과 현실을 딛고 자기 길을 멋지게 개척해나가려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교사의 가슴 뿌듯함은 무엇과 바꿀 수 있단 말인가.

임희종(전주신흥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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