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상징하는 ‘소녀상’ 성찰을 우선으로
평화를 상징하는 ‘소녀상’ 성찰을 우선으로
  • 김재한
  • 승인 2017.08.16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여러 광역(시, 도)·기초(시, 군, 구) 지자체에서 모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특히 전북을 비롯한 호남지역에서도 활발하다.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광복절에 맞춘 제막식을 목표로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건립 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모금활동이 펼쳐지면서 각계각층 시민들의 모금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군 성 노예로 끌려간 여성들의 희생과 고통을, 그리고 식민지의 비극적인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여러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당사자 및 당사자 지원단체, 그리고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소녀상 건립이 당사자에게는 치유와 연대를, 시민들에게는 역사인식 고취를 목적으로 한다면 소녀상 건립의 과정 자체가 민주적인 참여와 역사적 성찰의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단지, 모금 참여만이 아니라 소녀상 설치의 기획 및 절차적 과정에 대한 공유와 참여, 어떤 역사를 기억하고 소녀상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와 치열한 논쟁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기존의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이 수동적인 소녀의 이미지를 재현하고 있어 식민지 상황에서 어리고 약한 소녀들을 국가(남성)가 지켜내지 못했다는 민족주의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시각만을 담고 있다는 비판이 줄기차게 제기된 바 있고, 가난하지 않았다면, 여성이지 않았다면 겪지 않았어도 될 희생이었다는 점에서 계급적, 성인지적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는 일본 제국주의의 범죄와 만행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차출에 협력했던 우리나라 친일세력, 그리고 2015년 12월 28일 굴욕적인 한일 군 위안부 합의로 대변되는 우리 정부의 외면까지 반성과 반면교사 삼아 기억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가족과 국가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진실규명과 공식사죄,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 강구 등을 요구하며 일본정부 및 기업과 싸워 온 할머니들의 기나긴 투쟁의 과정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역사를 기억하고 소녀상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는 열린 논쟁의 장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고 다양한 이미지와 형상으로 설치되어야 한다. 수동적이고 피해자적인 이미지의 소녀를 기억, 재현할 것인지, 역동적이고 주체적인 이미지의 소녀 또는 할머니를 기억, 재현할 것인지부터 현 시점에서 평화를 지향하는 상징물이 필요한지, 일본의 책임과 처벌 및 우리의 투쟁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 필요한지 등등을 열어두고 논의해 보아야 한다.

 물론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연대하고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역사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구성하고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재한 도민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