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농부 전희식의 ‘옛 농사 이야기’
글 쓰는 농부 전희식의 ‘옛 농사 이야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7.08.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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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이 성장하고 사회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빨라지면서 농촌지역의 모습도 크게 달라졌다. 제철과일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지금의 농사는 계절과 무관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야말로 24시간 365일 쉼 없이 돌아가는 고도화된 공정인 셈. 이로 인해 현대인들은 언제 어디에서든지 원하는 농작물을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풍족한 농작물을 만나는 일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이든 작물이든 어딘지 모르게 병들어가고 있는 듯 공허해 보이기까지 하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수확량이 대폭 늘어났는데도 농부는 여전히 가난하고, 어찌된 일인지 농약을 뿌리는데도 농작물의 해충 피해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글 쓰는 농부 전희식씨는 “농사의 목적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더 늦기 전에 자연과 함께 잘 사는 건강한 터전을 가꿔야하지 않을까?

전희식씨의 열 번째 단독 저서 ‘옛 농사 이야기(들녘·1만2,000원)’에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옛 농부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전통 농사법과 농촌 문화, 옛 농부들의 살림 이야기들이 계절별로 나눠 소개되고 있다.

 구성을 살펴보면 봄이 아닌 겨울에서 시작해 가을 이야기로 마무리 짓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물론, 겨울부터 1년 농사 준비를 시작하는 농촌의 순환 과정을 이해한다면 어색하지 않은 구성이다.

 저자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 이야기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독자에게 새로운 정보가 될 만한 내용을 싣기 위해 발로 뛰면서 책을 썼다. 자신과 열 살 차이 나는 동네 형님과 아흔여섯 되신 할머니를 비롯한 여러 어른들의 생생한 구술을 모으면서 글을 다졌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고 건강한 미래를 꿈꾸려면 옛 농사 생활을 돌아보아야 한다”면서 “농사가 단순한 경제활동이 아닌 삶 그 자체였을 때 인간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어울려 잘 지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옛날 농사 풍경은 농서에도 기록되어 있지만 그 시대를 직접 살았던 사람들의 몸에도 아로새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육성을 꼼꼼히 기록한 이야기들. 때문에 누군가에겐 향수를 느끼며 곱씹을 만한 추억을 선사하고, 누군가에겐 현재 고민하고 있는 농사 문제를 해결에 열쇠가 될만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옛 농부들의 슬기를 아로새기며, 당장의 수익에만 급급해 자연을 소진하는 인류에게 미래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그는 “옛 지혜를 되짚어보고 현재 우리가 지닌 자연을 회복하고 보존하는 삶을 꾀하는 노력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희망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람과 땅, 작물 모두를 건강하게 길러냈던 전통 농사살림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자 책을 썼다”고 말했다.

경상남도 함양에서 태어나 도시에 살다가 1994년 전라북도 완주, 2006년부터 장수에서 농사를 짓고 살고 있다. 농민단체와 생명평화단체, 채식과 명상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치매 어머니를 모신 이야기를 담은 ‘똥꽃’, ‘엄마하고 나하고’를 비롯해 농사 생활의 생태적 각성과 우리 농업 문제에 대한 통찰을 담은 ‘아궁이 불에 감자를 구워먹다’, ‘시골 집 고쳐 살기’, ‘삶을 일깨우는 시골살이’, ‘아름다운 후퇴’, ‘소농은 혁명이다’등이 있다. 어린이책 ‘하늘의 시골일기’도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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