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이는 갑질
사람을 죽이는 갑질
  • 유길종
  • 승인 2017.08.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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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4일 30여년을 교단에 섰던 한 수학교사가 자살했다. 실력 있고 성실해서 제자들이 존경했다고 한다. 사건은 전교생이 남녀 19명인 시골 중학교에서 사소한 해프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한 여학생이 휴대폰 사용 문제로 그 교사와 다투었다. 화가 난 여학생은 무단으로 귀가했다가 부모의 질책을 받았다. 여학생은 부모에게 선생님이 다른 여학생의 허벅지를 만지고 자기에게도 폭언했다고 둘러댔고, 이것이 비극의 씨앗이 되었다.

 다음날 학부모 2명이 교장에게 문제를 제기했고, 학생부장을 맡고 있던 체육교사는 전체 여학생 7명을 모아놓고 수학선생님이 손을 댄 신체부위를 모두 쓰라고 했다. 체육교사는 곧바로 교육청에 보고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언론에도 교사가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고 보도되었다.

 수학교사는 지난 4월 19일 출동한 교육청 장학사와 학교폭력상담사에 의해 출근정지를 당하면서 그 시각부로 학교에서 쫓겨났다. 곧바로 전라북도지방경찰청 수사팀이 학교를 방문하여 여학생들을 조사했다. 여학생들은 체육선생님이 받아간 진술서의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확인해 주었다. 학생들은 이렇게 문제 될 줄 몰랐다고 울고불고했다. 경찰은 범죄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내사종결했다. 학생들과 부모들은 수학교사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교육감 앞으로 냈다.

 그럼에도 교육청은 형사절차와 징계절차는 다른 것이라며 직위해제를 통보했고, 학생인권센터는 수학교사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약 2개월이 지난 7월 18일 학생인권센터는 결정문을 보내왔다. 수학교사가 여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여 성적 모욕감 및 수치심을 주어 학생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으니 교육감에게 신분상 처분을 권고한다는 내용이었다. 교사는 멘붕에 빠졌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목을 매 자살했다.

 유족은 경찰이 무혐의처분을 했음에도 전라북도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가 이를 무시하고 교사를 성추행범으로 몰아 자살하게 하였다고 항의했다. 학생인권센터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이나 성희롱을 문제 삼았을 뿐이므로 경찰의 내사종결처분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거나 나중에 탄원서를 낸다고 실제 있었던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한다.

 학생인권센터의 결정문에 있는 것처럼 교사가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여 성적 모욕감 및 수치심을 주어 학생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면, 이는 성폭행에 해당하거나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 경찰은 교사의 행위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내사종결 처분을 한 것이다. 과거에는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엄격한 기준으로 인정했으나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신체접촉 행위가 있고,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하면 성폭행, 성추행의 혐의를 벗기 어려운 세상이다. 성범죄에 대한 사법처리가 이렇게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이 수학교사에 대하여 내사종결 처분을 한 것은 그의 행위를 성범죄로 볼 수 없음이 명백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이 어느 세상인데 경찰이 교사의 성범죄 사건을 대충 처리하겠는가.

 학생인권센터가 경찰의 내사종결 처분을 무시하고 교사의 행위를 성적 행위로 집요하게 추궁하고 나아가 징계까지 권고한 것은 무지의 소치이거나 또 하나의 갑질이다. 그렇지 않아도 교원들 사이에서는 학생인권센터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교직원도 아니고 전문적 식견도 없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맡아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고, 궁지에 몰린 교사들 위에 군림하면서 도를 넘는 갑질을 해댄다는 것이다. 그것도 권력이라고 갑질을 해대어 실력 있고 존경받는 선생님을 죽음으로 몬 것이 사실이라면 이에 대한 책임을 두고두고 져야 한다.

 유길종<법무법인 대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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