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의 미래
아르메니아의 미래
  • 이신후
  • 승인 2017.08.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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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나는 멀고도 작고 가난한 나라로만 인식된 아르메니아에 다녀왔다. 러시아를 거쳐 아르메니아 비행기 승객들의 서로 인사하고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직행버스의 모습이었다. 아르메니아 공항에 착륙하자 일제히 박수를 치는 낯선 모습에서 그들의 생각과 생활상의 호기심이 증폭되어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첫날 그 나라의 ICT 교육기관이라는 설명과 함께 TUMO센터를 방문하게 되었다. TUMO센터에 들어가는 순간 작고 가난한 나라라고만 평가했던 나의 생각이 부끄러울 정도로 놀라운 시설과 시스템 그리고 열정이 한꺼번에 파도처럼 밀려들어 왔다.

 TUMO센터의 이름은 Tumanyan park라고 불리는 공원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Tumanyan은 아르메니아의 유명한 작가로 어린이들을 위한 글을 쓰고, 어린이의 권리를 위해 힘쓴 사람이다.

 이에 걸맞게 TUMO센터는 12세~18세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조기교육과 수요자 중심의 창의적 커리큘럼 실행을 중시하는 방과 후 아르메니아의 교육환경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센터가 설립되는 과정과 교육방식으로 TUMO센터의 설립자인 Sam과 Sylva Simonian 부부는 미국으로 이주한 아르메니아인이다. 이 부부는 아르메니아를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Simonian 교육재단을 설립하였다. 그들은 재단을 통해 기금을 모집하여 2011년 TUMO센터를 설립하고 교육 프로그램, 인접 인프라 및 Tumanyan 공원의 활성화에 투자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닌 민간 자본에 의한 투자를 통해 공공인프라를 구축했다는 점이며 단순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10년 또는 20년 후 아르메니아의 미래산업 발전을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TUMO센터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교육 방식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방식이다. 이른바 개별학습모험이라고 하여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중심 영역과 보완영역을 조합하는데, 예를 들어 게임개발을 중심으로 한다면 그래픽 디자인, 프로그래밍, 글쓰기 등에서 하나와 조합하여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각 강사들은 세계 각국에서 유명 기업에서 실무자들로 활동한 사람들을 초빙해오고 있다. 우리에게도 강사를 파견해주기를 원했다.

 TUMO센터는 전 세계에 24개 지점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나온 수입으로 ICT전문 창업 대학을 만들려고 한다.

 차라리 급격한 산업화를 추진한다면 단기적으로는 경제부흥에 대한 성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사회에서 더 이상 창조적인 인재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 발달하지 않고, 인재 육성에 투자하지 않는 국가는 경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고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늦더라도 작고 가난한 나라에서 미래를 위해 청소년들에게 ICT산업 교육에 대한 투자는 매우 현명한 선택으로 여겨졌다.

 청소년들로부터 ICT산업 영재 육성에 대한 교육환경을 착실히 밟고 나가는 모습에서 그 나라의 2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때 다시 가보고 싶다.

 우리나라의 20년 후의 모습도 함께 상상해 본다.

이신후<(재)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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