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아무 연고도 없는 이 땅에 20여 일 동안 배를 타고 들어와 땀과 피를 흘렸으며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는데, 우린 현재 가난하게 살고 있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아니, 그들의 희생조차 잘 모르고 있었나니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역사는 물과 같이 흐르며 반복 되는 것이다. 현재 한반도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는 현실에서 다시 한 번 새겨볼 말이다. 언제 우리가 또 다시 위기에 봉착할지 또 어떤 형태로 도움을 받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순간도 북한은 ‘서울 불바다’로 협박하고 있다. 하도 많이 반복되는 일이라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 국민은 조마조마하다. 더욱 불안한 것은 우리에게 또 다시 위험이 닥치면 과연 또 다른 강뉴 부대가 나타나 우리를 도와 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동안 못사는 나라가 되어버린 에티오피아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공동의 이익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역사는 자랑하고 싶은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사실 6.25 전쟁처럼 기억조차 하기 싫은 역사도 있다. 그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었고 수백만의 인명과 재산을 잃었다. 질병과 굶주림, 분단과 냉전 속에서 참혹했다. 당시 국민소득이 겨우 50불 정도로 복구가 완전히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런데 우리는 기적적으로 일어났으며 현제 세계 경제 10위권에 진입했다. 세계가 놀라고 있다. 특히 전쟁에 참전한 나라들이 우리나라의 발전을 보고 경악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 발전된 경제 혜택을 누리면서도 과거 도움을 받았던 기억을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증명으로 6.25를 북침이라 말하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으며, 39.7%의 대학생들이 그 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대로 방치하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 순간도 적의 야욕을 모르고 ‘서울 불바다’를 운운하며 협박하는 북한의 형태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도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쯤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늑대가 얼마나 간악하고 포악한 존재인지 배우지(역사교육)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 지도자가 설마 하는 생각으로 아픈 과거역사를 외면하고 현실 정치에 목숨을 걸기 때문이다. 이 결과 우리 젊은이까지 과거를 모르고 뿌리 없는 나무 열매만을 찾아 나서고 있다는 말이다.
과거 역사는 우리 삶의 뿌리다. 그 나무가 쓰러지거나 고사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뿌리를 깊게 내려야 한다. 그 뿌리가 상하거나 썩으면 그 나무는 이미 죽음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게 세상의 이치다. 그 나무는 주변의 도움으로 얼마 정도는 버티고 있겠지만, 꽃과 열매를 맺지 못하고 곧 쓰러지게 될 것이다. 아마 지금 우리 뿌리에 지금 무슨 일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평화로운 이 땅이 다시 전쟁으로 치닫거나 식민지배로 치욕적이고 슬픈 역사를 다시 쓰게 될지도 모른다. 이를 막으려면 지금 당장 한국전쟁에서 강뉴(kagnew)부대의 활약상 같은 과거 역사를 젊은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왜 낯선 한국전쟁에 참전해 싸웠으며, 그들은 왜 지금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었는가를 조곤조곤 가르쳐줘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이한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