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용되는 건축주 직영 시공의 문제점
악용되는 건축주 직영 시공의 문제점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7.08.0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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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각 장애인 A씨는 지난 해 군산에서 다세대 주택 건립을 위해 군산시에 건축허가를 접수했다.

건축허가가 나오면서 역시 시각 장애인인 부인과 함께 수십년간 안마사 생활을 하면서 평생의 꿈으로 간직만 해왔던 자신의 건물을 갖고자 하는 소망이 이뤄지는 듯 했다.

그러나 건물이 완공된 지금 A씨의 건물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은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격이 없는 무면허 업자에게 시공을 맡긴 것이 화근이었다.

힘든 생황을 견디면서 한푼 두푼 모아왔던 전 재산을 쏟아 부어 건물을 신축했지만 지은 지 1년도 되지 않아 건물에 심각한 누수가 생기면서 세입자들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무면허 업자와 작성한 계약서에는 도급금액만 기재돼 있을 뿐 하자보수에 대한 기간과 책임소재 부분이 빠져있는 데다 잔금을 챙긴 업자는 종적을 감춘 상태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 제41조는 661㎡(200평) 이하의 다가구주택이나 495㎡(150평) 이하의 상가빌딩(주거용 외 건축물) 등은 건축주의 직영 시공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A씨처럼 무면허 업자와 일괄도급 계약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공능력이 없는 건축주들이 직영 시공으로 신고만 해놓고 실제론 무면허 업자에게 시공을 맡기고 있다는 얘기다.

건축주의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건축주 직영 시공이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시공비용 절감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 때문에 부가가치세 등 탈세문제와 함께 하자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건축주들이 애를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건축주 직영 시공 허용 범위를 연면적 200㎡ 미만으로 축소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0㎡ 미만의 단층건물은 건축주가 직영할 수 있지만 2층 이상이 되는 상가나 다세대 주택은 건축주가 직영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비가 5억 원이상이나 3∼4층 규모의 주택이나 건축물까지 개인이나 무면허업자에게 시공을 허용하는 것은 사회적 위험이 매우 크다”며 “개정 건축법도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 이상’ 신규주택의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있어 시공 제한 범위를 200㎡정도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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