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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파괴와 협업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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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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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들은 무한경쟁 속에 살면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였다. 기업, 개인 등은 승패에 몰두하여 서로 경쟁자로만 인식하고 정보의 공유도 없이 진실 왜곡, 적대적 분위기, 스트레스 등을 양산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마찰, 갑을관계, 상하관계 등 온갖 갈등이 심화하여 표출되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치유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창조적 파괴와 협업이다.

 슘페터는 자신의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Capitalism, Socialism, Democracy, 1942)’에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슘페터는 경제 진화는 점진적이지 않고 거대한 도약을 통해 이루어지고, 그 도약은 창조적 소수자가 선도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에디슨, 포드,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 저커버거, 테슬라 등이 출현하여 거대한 도약을 이루어 내면 그 뒤에 수많은 모방자들이 나타나 새로운 세계를 열고 과거의 계급 사회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역사를 이끌었던 소수 발명가 및 혁신가들과 그 추종자들은 새로운 지배계급을 형성했다. 중세시대에는 봉건귀족과 교황청, 근대사회에서는 자본가 계급, 20세기에는 대학을 졸업한 화이트칼라 계급,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빅데이터를 잘 활용할 줄 아는 과학자와 기업가, 다양한 전공을 섭렵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창의적인 사람들이 지배계급을 형성할 것이다.

 창조적 파괴의 핵심은 창조나 혁신 그 자체에 있지 않고 관행화와 진부화에 있다. 모든 새로운 것은 관행으로 전락하고 반드시 진부화된다. 관행화 되고 진부화된 방식에 매달린 조직이나 사람들은 자신의 존립 기반을 서서히 잃게 된다. 새로운 발명가나 혁신가가 나타나면 기존의 관행을 다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 개인들이 뒤늦게 이러한 사실을 깨달을 때에는 이미 늦어버린다.

 새로운 정부나 혁신기업들은 초기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초창기에 혁신적이었던 것들이 점점 관행으로 바뀐다. 새로운 정부와 혁신기업은 부처 또는 부서 이기주의와 관료주의가 만연하게 된다. 정부와 기업은 효율적인 시스템하에서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업무의 자동화, 절차화를 추진하지만 새로운 발명가나 혁신가가 나타나 이러한 방식이 통하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정부나 기업은 조직의 안정화를 추구하면서도 창조적 파괴를 해야만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 살아갈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1년 이노베이션 패스웨이(Innovation Pathway) 전략을 추진하였다. 이노베이션 패스웨이는 의료장비의 개발, 평가 및 검토에 이르는 모든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고 FDA 직원 및 혁신가가 협업을 증진하도록 고안되었다. 정부가 개발 단계에서 기업과 초기에 협력하여 의료 기기 개발과 동시에 평가에 필요한 기준을 FDA와 기업이 함께 만드는 방식으로,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규제 장벽의 일부를 제거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였지만, 정부 정책의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작성한 ‘4차 산업혁명과 한·미 협력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통산자원부는 2011년 ‘융합신제품 적합성 인증 제도’를 도입하였고, 미래창조과학부는 2014년 ‘신속처리·임시허가 지원제도’를 도입하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2015년 8월 ‘융합 신기술, 신제품 시장진입 신속처리 지원 공동지침’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갔지만, 2년간 임시허가 3건에 그쳤다. 그 이유는 미국과 같은 이노베이션 패스웨이가 정부와 기업간의 이견으로 도입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협업이 필요하다. 제3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분업이 혁신의 방법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협업이 경제, 사회, 문화 등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의 방법이다.

 협업의 핵심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협업의 정신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국가나 기업, 대학 등과 같은 대규모 조직은 협업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정부 부처간이나 정부와 민간부분의 협업시스템, 대학의 학과를 넘나드는 협업교육, 사회의 협업문화 등이 제대로 정착되어 있지 않다. 정부 부처의 이기주의인 칸막이 행정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조직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협업지표가 부처별 평가, 직원 승진 평가시 평가기준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지난 정부 때 발생하였던 세월호 사건에서도 해경, 행안부, 해군, 지자체 등이 제대로 협업이 안 되어 사태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정부 부처나 기업이 정책 목표를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데 여기에서의 실행력이란 단어를 정부 내 다른 부처 내지 동일 부처 다른 부서의 동료들과 협력하면서 전략에 부합하는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으로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창조적 파괴와 협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를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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