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최저임금
4차 산업혁명과 최저임금
  • 조배숙
  • 승인 2017.08.0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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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년 전, 전남 장성군의 한 농촌마을에 무인 양심가게가 문을 열어 화제를 낳았었다. 주인 없는 가게라는 뜻밖의 도전에 호기심과 함께 성공의 감동이 더해져 전국적 명성도 얻었다. 무인 양심가게의 계산대는 나무로 짠 금고와 거스름돈을 담은 비누통이 전부다.

 주민들은 필요한 물품을 가져가고 정해진 가격을 양심껏 계산한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외상장부가 불필요해질 만큼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최근까지 농어촌지역 몇몇 오지 마을에서 무인 양심가게들이 문을 열고 있다니 그만큼 신선한 사례로 기억되고 있음이다.

 농어촌 오지 마을의 감동사례로 여겨지던 주인 없는 가게가 4차 산업혁명시대의 신호탄처럼 성큼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의 대국이 전 세계적 관심을 모았었다.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던 인간과 인공지능의 승부는 4대 1,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인공지능,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파괴적 기술들이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고 있다.

 셀프빨래방이나 인형뽑기방, 코인노래방과 같은 자판기형 무인점포는 현재진행중이지만 고전에 속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미국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계산대 없는 마트 ‘아마존고(Amazon Go)’를 선보였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아마존 전용 앱을 설치하고 매장에 들어가면 센서가 자동으로 인식한다. 원하는 상품을 고르면 센서가 상품을 인식하고, 딥러닝 기술로 가격을 매긴다. 쇼핑을 마치고 출구로 나가면 아마존 앱을 통해 결제가 완료되고 영수증이 첨부되는 시스템이다.

 시애틀에서 시작된 아마존고의 무인 마트가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 전역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중국은 무인 편의점 ‘빙고박스’가 등장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도 계산대를 없앤 편의점 출시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국내에서도 롯데그룹의 세븐일레븐이 국내 최초의 무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오픈했다. SK네트웍스는 주유소 앱을 통해 자동 결제되는 서비스 모델을 개발 중이라 한다. 100% 디지털 주유소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도 편의점은 물론 백화점과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무인 점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비교적 조리 과정이 간단한 프랜차이즈업계에서도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에 기반을 둔 무인 점포시대의 개막이 예고되는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이 7,5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16.4% 인상된 금액이다. 상당폭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불평등 해소와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가 있다. 반면 임시 고용에 의지해온 영세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지원 대책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특히, 소상공인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전북과 같은 경우는 최저임금 인상이 미칠 파고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일자리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임시 고용 기피로 일자리가 축소하리라는 전망은 차라리 나은 편이다.

 왜냐면,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세례가 일자리 감소로 표출된다면 막을 재간이 없다.

 MS창업자인 빌게이츠는 “인간과 같은 일을 하는 로봇의 노동에도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로봇 도입으로 기존 일자리가 소멸하는 사태를 대비해 지원할 재원을 로봇 소유자나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자는 주장이다. 이미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미연에 닥칠 변화의 흐름을 가늠하며 대안 찾기를 모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을의 전쟁이냐, 성장 실험이냐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최저임금의 기대와 우려 논쟁 못지않게 다가올 미래,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비하는 일도 시급하다.

 조배숙<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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