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쉼터 경로당, 비회원은 그림의 떡
무더위쉼터 경로당, 비회원은 그림의 떡
  • 임덕룡 기자
  • 승인 2017.08.0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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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전주시 완산구에 위치한 한 경로당의 무더위 쉼터 앞에서 어르신들이 부채질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김얼기자
 여름철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몇몇 경로당이 회원제로 운영해 회비와 텃세로 이웃 노인들이 쉼터 이용에 눈치를 보며 이용을 꺼리고 있어 이들에게는 무더위쉼터가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주시는 폭염 취약계층의 안전을 위해 경로당과 주민센터 등 냉방시설이 갖춰진 관내 540곳을 무더위쉼터로 지정했다. 이중 경로당은 503곳으로 전체 무더위쉼터의 9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경로당이 회원제를 통해 운영비를 걷고 이에 따른 텃세가 이어져, 비회원 노인들에게 무더위 쉼터는 그림의 떡과 같다. 

 전주시 서노송동에 거주하는 최모(86·여) 할머니는 집 근처에 위치한 무더위쉼터를 방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인근 경로당에서 자유롭게 냉방시설 이용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았다가 창피만 당했기 때문이다.

 최 할머니는 처음으로 무더위쉼터를 방문해 인사를 돌렸지만, 경로당 내 할머니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경로당 내 다른 할머니들은 최 할머니에 대해 관심조차 없다가도, 바람이라도 쐬려 선풍기에 다가가면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또한, 경로당 총무를 담당하는 할머니가 찾아와 “여기는 회원제로 이용되는데, 한 달에 2만 원을 내야 한다”며 회비를 요구했다. 기초수급자인 최 할머니는 회비를 지불할 수 없는 상황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4일 오후 3시 전주시 중노송동 전주시청 인근에 위치한 경로당. 주택가 밀집지역에 위치한 경로당은 현관에 들어서자 열 켤레가 넘는 신발이 보였다. 이곳 내 경로당 노인들은 에어컨 바람을 쐬며 화투를 치는 등 즐거운 오후를 보냈다.

 하지만, 경로당에서 조금만 나가보면 인근 공원이나 정자에서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노인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정자 위에 누워있던 한 노인은 “경로당에 돈을 못 내서 미안한 마음에 밖에서 이러고 있다”며 “눈칫밥보다 차라리 더위가 낫다”고 말했다.

 실내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에,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은 기존 회원들이 사용하는 시설로 굳혀지고 있다. 

 전주시는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으로 점검을 나갈 때면 “자리가 부족해 불편하다”는 경로당 회원들의 반발에 어려운 입장을 밝혔다. 또한, 경로당의 협조를 통해 무더위쉼터가 이용되는 상황에 지자체는 마땅한 대책을 세우기 힘든 실정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일부 경로당에서 텃세가 있다는 민원에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노인들의 원활한 무더위쉼터 이용을 위해 다양한 방침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임덕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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