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생들에게 통일을 준비하게 하자
우리 학생들에게 통일을 준비하게 하자
  • 임희종
  • 승인 2017.08.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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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광복 72주년이 되는 해이다. 광복절을 맞이할 때마다 해방의 기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항상 미증유의 광복, 즉 민족과 국토분단 상황이라서 우리는 늘 불안하다. 특히 연초부터 북한은 무기체계의 극대화를 꾀하는 양상이고, 미국 행정부는 김정은정권을 와해시키려는 프로그램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8월 위기설까지 등장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의 길에 진일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지난 9년 동안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가 주체가 되지 못할 때 외세에 의해 얼마나 고통을 당했는지는 역사가 증명하는 바다. 사대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던 조선은 결국 멸망하고 ‘삼전도’에서 군신의 예를 갖춰야했으며, 전범 일본으로 인해 우리는 조국의 강토가 두 동강이 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우리는 미일중소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5천년의 역사를 굳건히 지켜온 민족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작금의 무기 경쟁과 대립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통일은 요원할 뿐이라고 낙담하고만 있을 일은 아니다. 대안을 찾고 더 적극적으로 준비해나가야 때인 것이다. 우리 학생들부터 남과 북의 다름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공통성을 찾아주는 일, 즉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교육부터 시작해 볼 일이다.

  우리 학교는 17번째 백두대간 통일기행을 하고 있다. 2000년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으며 만든 6·15공동선언을 기점으로 하여 ‘통일은 요원할 뿐이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 학생들에게 몸으로 생각으로 통일을 가르치자’는 다짐으로 이듬해부터 시작한 것이 통일기행이다. 여름방학이 되면 지원하는 학생들을 모집하여 사전 준비학습을 한 후 통일기행에 임하고 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지리산까지 이르는 거대한 산줄기로 한반도 땅을 대륙과 이어주는 뿌리이자 줄기의 역할을 한다. 총 길이 1625km, 북쪽 2000m급 고봉들과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 속리산을 품고 있다. 남한 구간은 지리산에서 향로봉까지 약 690km에 이른다. 백두대간은 땅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인식하고 언제나 함께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세계관이 녹아 있다. 역사지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백두대간의 개념 복원은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의 하나이다.

  17번째 통일기행 소주제는 ‘소백의 능선 따라 통일정신 이어가자’로 정하고 24일부터 2박3일간의 힘찬 장정을 시작하였다. 장마철이라 소낙비가 세차게 왔지만 통일기행의 의욕과 통일에의 의지만큼은 꺾지 못했다. 첫날 북한학 전공의 최박사님의 2시간 강의 ‘21세기 통일지도자의 꿈’은 대결국면의 남북관계와 현실을 직시하여 혼란에 빠지지 않고 동질성 회복과 통일에 대한 지적 체계를 수립하게 하는 좋은 특강이었다. 비가 그치고 구름 안개 두둥실 떠가는 소백산을 걸으며 조국 강산과 호흡을 함께 하며 조국애를 맛보았다. 둘째날 분단 관련영화를 보며 오해에서 빚어지는 전쟁과 공포 그리고 후유증,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영화라 토론거리도 많았다. 통일에 관한 공동그림 나누기도 재미있었다. 각 조별로 생각을 얘기하고 함께 그림을 그리며 통일을 생각해보고 소감을 나누다보니 통일은 결코 먼 데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통일에 독일은 당황했었다. 통일연구원 배정호 소장은 “한반도 통일은 이성과 상식으로 생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그렇다. 통일은 우리에게도 갑작스럽게 닥칠지 모른다. 준비하는 자만이 당황하지 않는 법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평화학교를 통해서,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바탕으로 통일을 준비하게 하자. 통일은 우리에게 손해라는 편견과 아집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정치를 넘어 집단 지성으로 해결해나가자.

임 희 종(전주신흥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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