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하늘에 별이 빛나기에 나는 시를 쓴다.
밤 하늘에 별이 빛나기에 나는 시를 쓴다.
  • 김동수
  • 승인 2017.08.03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48. 서상옥(徐相玉: 1936-)
  전북 김제 출생. 원광대 법학과 졸업 후 중등 교감으로 정년 퇴임. 2009년 월간 <<한국시>>에서 시로, 동년 <<대한문학>>에서 수필로 등단. 시집 <<꽃 무릇 연정>>외 2권과 시선집 <<아득한 별들의 고향>>이 있음. 전북문인협회와 대한문학 작가회, 영호남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2016년 전북문예상을 수상하면서 영혼의 속삭임에 따라 보이지 않는 우주의 섭리에 귀를 기우리고 있다.

 

 참

 머언 길을 걸어 왔다

 

 신발은 몇 켤레나 닳았는지

 하늘 높이 별을 헤아리다

 예까지 달려 왔다

  -생략-

 소리 없는 내 사랑의 노래

 그냥 들어다오

 늙어도 쉬지 않는 동화로 들어다오.

  -<유언>에서

 

  ‘하늘 높이 별을 헤아렸’던 ‘내 사랑’ 소리 높여 ‘노래’ 부르고 싶었건만, 흐르는 세월 따라 어디론가 ‘숨어들어’ ‘소리 없는 노래’로 ‘묻혀’ 버리고 말았다는 쓸쓸한 자기 고백과 연민에서 그의 시가 발화되고 있다. 그러기에 ‘늙어도 쉬지 않는 동화’ ‘그냥 들어다오’라고 ‘유언’을 남기듯 시를 쓰고 있다.

  ‘강물에 밀리고 쌓인 모래알이 황금빛으로 빛나기를 꿈꾸었던’ 지난날의 삶을 뒤돌아보다 ‘저물어 가는 인생의 뒤안길에서 서성이다 문학이라는 글밭에 시라는 꽃나무를 심게 되었다’는 그의 자술(시선집 <<아득한 별들의 고향>>-시인의 마음)이 그것이다.

  그것은 ‘노을이 물든 황혼녘에 부르는 내 영혼의 노래’요, ‘붉게 타는 가랑(단풍)잎 사이로 흩어지는 시혼(詩魂)’, ‘숲속을 스쳐가는 바람결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숨소리’였다고 고백한다. 그만큼 그의 시는 현상적 인위보다는 ‘자연의 숨소리’ ‘영혼의 속삭임’과 합일된 우주적 자아로서의 서정 세계라 하겠다.

 

 연노란 잎새 위로

 사륵사륵 가을이 내려온다

 

 내내 푸르던 이야기

 곱게 다듬고 싸매며

 

 영글어 가는 가을을

 붉게 태우며

 빨갛게 물든 햇살이

 사과 위에 머물러 있다

  -< 가을이 내려오는 소리> 전문

 

  촉수가 살아 있는 감각의 시인이다. 가을이 ‘연노란 잎새 위로/ 사륵사륵 내려오’는가 하면, ‘빨갛게 물든 햇살’이 ‘가을을/ 붉게 태워’ ‘사과 위에 머물러 있’기도 한다. 그것은 ‘연노란 잎새’라는 사물 속에서 ‘사륵사륵 가을의 소리’를 읽어내는 ‘시각의 청각화’능력이요, ‘푸르던 이야기’를 ‘다듬고 싸매’ 공(空) 속에서 색(色)을 읽어내는 초월적 상상의 메타포로서, 보이지 않는 추상의 세계를 눈앞에서 감지할 수 있는 객관적 상관물로 환치시켜 주는 공감각적 은유에 다름 아니다.

 

 오월은 청보리 밭에서

 파아란 소리로 날아온다.

 

 푸른 봄이 꽃잎 되어

 이파리마다 너풀거린다.

 

 오월은 날새들 깃을 타고

 만강으로 찾아든다

 

 맑은 물이 푸름 짙어

 초록을 물들이는

 

 파아란 오월이 오면

 하얀 내 안섶도 파래진다.

  -<오월이 오면> 전문

 

  ‘청보리 밭’(시각)이 ‘파아란 소리’(청각)로 변용되는 신비로운 생명감과 ‘5월’(空)이 ‘날새들 깃을 타고’ ‘초록을 물들이는(色) 초월적 상상력으로 그의 시는 탄력적 깊이와 생기를 더하게 된다. (김동수: 시인. 백제예술대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