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턱’ 홀몸노인 힘겨운 여름나기
‘숨이 턱턱’ 홀몸노인 힘겨운 여름나기
  • 임덕룡 기자
  • 승인 2017.08.0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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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시 남노송동 쪽방에 거주하는 한 독거노인이 무더위를 날리기 위해 부채질을 하며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김얼 기자

 “더워서 숨이 턱턱 막히는데, 달리 방법이 없네…”

 푹푹 찌는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여름은 홀로 거주하는 노인에게 반갑지 않은 계절이다. 위험하기까지 하다. 열악한 환경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홀몸노인은 힘겨운 여름나기에 그저 한숨만 내쉬고 있을 뿐이다.

 2일 오후 2시 전주시 중노송동 물왕멀 1길 인근 쪽방촌. 이 시각 전주는 33.5도라는 기록적인 폭염을 떨치고 있었다.

 현장 건물은 집 내부를 여러 방으로 나눈 구조로 일명 ‘쪽방촌’으로 불리며, 여러 홀몸노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한 쪽방에 거주하는 유모(84) 할머니는 간만에 집을 찾은 손님을 보자 마땅히 내놓을 것이 없었는지 민망한 듯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방안으로 들어가 보니 누렇게 변색된 선풍기가 달달거리며 시원찮게 돌아갔고, 텔레비전과 생필품이 바닥에 놓여 두 다리를 편히 뻗기도 힘들어 보였다.

 “전기세가 부담된다”는 유 할머니는 선풍기를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3평 남짓한 방에서 더위와 힘겹게 사투 중이었다.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뜨거운 햇빛이 얄미울 정도였다.

 방안으로 고스란히 전해오는 찜통더위가 주름 사이까지 스며든 듯 유 할머니는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달랬다.

 다른 홀몸노인은 더위를 피해 경로당으로 가지만, 유 할머니는 이마저도 어렵다. 연로한 나이와 거동까지 불편해 도우미 손길없인 집 밖으로 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유 할머니는 “한낮에는 집안이 찜통이 돼 어쩔 수 없이 처마 밑에서 휴식을 취한다”며 “건강이 갈수록 악화돼 약을 사먹어야 하지만 약값은 고사하고 음식을 사먹을 돈도 부족하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유 할머니는 올해 초 기초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최근 외지에 거주하는 딸이 직업을 가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할머니는 기초노령연금인 20만 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열악한 상황에 유 할머니는 요즘 우울증까지 생기면서 병원비와 약값으로 생활비를 대부분 소진해, 여느 때보다도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홀몸노인의 힘든 여름나기를 돕기 위해 지자체도 노력하고 있다.

 전주시 독거노인원스톱지원센터은 여름철을 맞아 홀몸노인들을 위해 선풍기·쿨타올 등 냉방기구를 지원하고 전주시도 매년 여름마다 노인보호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8365명에 달하는 홀몸노인을 관리하기에는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자체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독거노인원스톱지원센터 정경자 생활관리사는 “어르신들이 특히 여름에 무더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매일방문과 관리를 통해 어르신들의 건강을 체크하지만 실질적으로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전했다.

임덕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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