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에 사진관 찾는 발길 ‘뚝’
블라인드 채용에 사진관 찾는 발길 ‘뚝’
  • 임덕룡 기자
  • 승인 2017.08.0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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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부터 실시되는 블라인드 채용 때문에 전주시내의 한 사진관에서도 증명사진을 찍는 사람이 없어 사진관 내부가 썰렁 하기 그지없다./김얼 기자
 이력서에 스펙과 얼굴사진 등을 적거나 붙이지 않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수입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증명사진을 찍어주던 사진관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어서 벌써부터 생계곤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공공기관에서 능력 위주로 사람을 뽑고자, 학력·출신 등 개인정보를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이러한 블라인드 채용은 ‘외모도 스펙에 포함된다’며 증명사진도 지원서에 못 붙인다.

 증명사진이 필요 없는 취업준비생들이 사진관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면서, 업주들은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1일 오후 2시 전주시 우아동 한 사진관. 사진관에 들어서자 가족, 취업, 웨딩 등 다양한 사진이 액자 속에 담겨 화려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했다. 하지만, 매장 안의 사진사는 손님이 없어 잡지를 보거나, 청소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매년 7·8월이면 하반기 채용을 대비한 취업준비생의 사진촬영이 몰리면서, 카메라 셔터 소리로 분주해야 할 사진관은 적막한 모습이었다. 한 시간가량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사진관으로 들어오는 손님이나 예약을 하는 전화도 따로 없었다. 이날 사진관을 찾은 사람은 한 명, 이마저도 액자를 구매하려는 손님이었다.

 30년째 이곳 사진관을 운영하는 정모(58·여) 씨는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정부가 사진관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며 “1년 사이에 근처 사진관 3~4곳이 문을 닫았다. 나도 요즘 야외로 나가 일거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스마트폰과 고성능카메라가 등장하면서 동네사진관들은 힘든 상황이 계속됐지만, 요즘은 특히 고통을 겪는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런 상황에 정 씨는 지난달 28일 전세버스를 타고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사진관 생존권 보장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에서 정 씨는 전국에서 모인 1000여 명 사진사들과 함께 불경기에 빠진 사진관의 어려운 상황을 표명했다. 하지만, 공기업과 사기업의 블라인드 채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장 생계 걱정을 해야 하는 사진관 업주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북도청에 따르면 도내 하반기 블라인드채용을 할 공기업은 3곳, 공공출자·출연기관은 52곳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북도청과 고용노동부는 공기업 뿐 아니라 사기업까지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교육을 확대 시행해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현재 정부에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방침이 내려와 이를 시행하고 있다”며 “사진관들의 고충은 알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임덕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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