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군 군립도서관 북스타트 그림자극 동호회 ‘빛소담’
순창군 군립도서관 북스타트 그림자극 동호회 ‘빛소담’
  • 순창=우기홍 기자
  • 승인 2017.07.31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빛소담 회원들이 22일 효사랑요양병원에서 열린 공연을 마치고 마지막 인사노래를 하고 있다. 빛소금 제공
 북스타트 활동은 ‘책과 함께 인생을 출발하자’란 취지로 지난 1992년 영국에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현재 세계적으로 전파되는 추세다.

 어려서부터 그림책과 이야기책을 가까이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집중력이 높고 언어습득도 빠르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한다. 순창군은 민·관이 함께 펼치는 사회적 육아지원운동인 북스타트 활성화를 위해 군립도서관에서 2015년 4월 선포식을 한 바 있다.

 특히 북스타트 활동에 참여한 군민들이 자원활동가로 변해 만든 동아리가 있다. 빛과 소리를 담다는 뜻을 담은 ‘빛소담’이란 그림자극 동아리다. 빛소담 동아리가 지난해부터 어린이집 원생은 물론 요양시설 등을 찾아 뜻있는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어 화제다.

 그림자극 동아리 빛소담(회장 황호숙)의 활동을 재구성해 본다.
 

   ▲“여봐라 똥 임자를 찾아라”

 “똥자루가 굵으니 덩치가 클 것이요, 똥자루 색을 보니 속도 튼튼하겠구나. 나라의 든든한 장군감이 분명하니 여봐라, 똥 임자를 찾아라”

 “끄응”

 “어라! 적군을 몰아내는 데 슬건디 소리가 작네요. 어찌가 잉! 우리 어머님 아버님들이 함께 끄응하고 힘 한 번 써주면 겁나게 큰 똥자루가 될껀디요. 자아! 큰 소리로 세 번 끄응 해주실래요”

 “큭큭큭. 끄응”

 순창 옥천요양원 강당에 휠체어를 타고 오신 어르신들이 슬금슬금 웃으신다. 요양보호사들과 손 꼭 잡고 그림자극을 뚫어져라. 쳐다보시던 어르신들도 피시식 웃으신다.

 모두가 좋아하는 ‘똥’이야기로 적군을 물리친다는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모두 치매나 뇌졸중을 비롯한 만성질환이 있는 어르신들에게 웃음꽃을 선물하는 순간이다. 그림자극이 생뚱맞다고 재미없어하시면 어떡하느냐는 불길한 예감이 초조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출연진들이 앞에 나와 인사 노래와 율동도 선보이고 ‘머리는 꼭꼭’이라는 노래에 맞춰 객석 사이사이로 가서 마리랑 어깨랑 주물러 드리자 조금씩 미소를 띠셨다.
 

▲ 대부분이 빛소금 회원인 순창군 군립도서관 북스타트 자원봉사자 위촉식 모습. 빛소금 제공

 ▲평범한 순창 엄마들의 반란

 지난 14일 옥천요양원 강당에서는 오전 10시30분부터 모든 불이 꺼지고 ‘똥자루 굴러간다’란 그림자극 공연이 시작됐다. 책이 주는 감동보다 더한 즐거움을 채워 드리고자 무대 뒤에서는 양손에 극 중 인물모양의 막대를 든 빛소담 회원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얼굴도 목소리도 등장하지 않더라도 쪼그려 앉아 최선을 다한다.

 “옛날 어느 마을에 똥자루가 굵은 사람이 살았어. 똥자루가 어찌나 굵은지 똥 한 번 누면 앞길이 막히고..”로 시작되는 유쾌한 이야기에 쏘옥 빠지시더니 방청객들이 “나와라 얍 해야지 다음 장면이 나온다”는 해설자의 협박성 멘트에 아주 큰 목소리로 호응까지 절로 해주신다. 마지막 장면인 대장이 부장군 처녀에게 청혼하는 장면에서는 수런수런 이야기들도 나누셨다.

 극이 절정에 도달하고 마무리가 될 무렵까지 미동도 안 하시고 보시더니 극 중 인물 한 사람씩 나와 인사할 때는 큰 박수도 쳐주셨다. 특히 마지막 인사노래 할 때는 “다음에도 와 달라”고 어눌하시지만, 마음 가득 목소리로 이야기해주셨다.

 또 공연을 마치고 도서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항상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연할 때마다 아이들의 까르륵 소리와 재잘거림에 보람을 느꼈다면, 요양원 어르신들에게서는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찡하게 올라오는 감동과 큰 격려를 받은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요양원 관계자는 “재미없으면 바로 가자고 일어나 버리셨을 텐데 모두 재미있게 보셨는지 숨죽여 보시더라. 색다른 반응이었다. 다음 기회에 또 와주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에는 눈물이 핑 돌 뻔했다고도 전했다.

 빛소담 회원인 최정희(53)씨는 “(옥천요양원) 반응이 생각외로 좋았다. 다음에 또 오라고 하면서 칭찬받으니까 더 좋은 작품으로 와야겠다 싶다. 요양원에 계시는 관계자분까지도 좋아하시고 재미있게 보셨다 하니 뿌듯하다”라고 밝혔다.

 ▲엄마들의 세상 조율이 시작된 군립도서관 북스타트

 그림자극은 순창군 군립도서관 북스타트 활동의 하나로 시작됐다. 순창군은 군립도서관에서 지난 2015년 북스타트 활동 선포식을 했다. 18개월 미만 영유아 가정에 그림책을 담은 책 꾸러미를 선물하고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와 공동육아 동아리, 찾아가는 북스타트 등 다양한 활동으로 왕성한 활동도 하고 있다. 또 후속 프로그램으로 ‘북스타트 데이’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군립도서관에서 함께 교육받은 사람들이 자원활동가로 변해 봉사활동도 하고 연속되는 재교육을 통해 지원 내 강사가 되는 순환체제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만든 동아리가 빛소담이란 그림자극 동아리다. 특히 동아리 회원 모두는 책놀이 자격증을 소지한 30대에서 50대까지의 끼 많은 재주꾼 엄마들이다. 18개월 미만 영유아에게 매주 월요일 책 읽어주기 활동을 같이한 회원 가운데 최정희, 이우정, 국진숙, 강미숙, 홍경희, 하선영, 황호숙, 정설진, 배은식씨가 모여 그림자극을 공부하고 토론하며 스스로 발전해 나가려는 자세로 노력 중이다.

 ▲그림자극 과거와 현재

 북스타트 활동에 참여한 엄마들은 나만의 아이가 아닌 지역의 아이들이 조금 더 재미있고 친숙하게 책과 만나려는 방법을 고민하다 그림자극 공부를 시작했다. 4주간 그림자극 기본을 가르친 선생님들과 ‘푸루푸루의 알’이란 책을 선정하고 만드는 법 등을 배우고 익혀 2016년 9월부터 직접 공연에 들어갔다. 한 회 한 회 할 때마다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고 고쳐야 할 점 또는 보완해야 할 점 등을 점검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만의 힘으로 만든 작품이 ‘똥자루 굴러간다’이다.

 겨우내 월요일마다 만나서 책을 읽고 고르고 단락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암막은 언제 넣어야 효과적인지, 음악은 어떻게 삽입할지를 고민하다 그림자극에 나올 인형들을 하나씩 그리고 오리고 세심하게 파내고 테이프로 붙이고 막대기를 만드는 작업까지 모두 회원들의 협력으로 해냈다. 이들의 노력은 평범한 엄마들이 그려내는 그림자극이 사회적 모성을 회복하기에 딱 좋은 도서관 운동이기도 하고 지역 공동체의 문화복지를 향상시키는 운동이기도 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시작된 빛소담의 그림자극 공연은 지난해 말까지 15회에 걸쳐 펼쳐 쳤다. 지난 4월에 시작한 올해는 현재까지 15회를 공연했다. 매주 월요일 군립도서관에서 어린이집 원아 등을 대상으로 한다. 또 옥천요양원 등 출장(?) 공연도 나간다. 특히 올해는 군립도서관과 멀리 떨어진 면 단위 어린이집 등을 찾아갈 계획이다.

 

▲ 황호숙 회장
  □황호숙 회장 인터뷰

 “기획부터 준비와 공연까지 모든 것을 우리가 직접 다 해서 보람 있고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힌 황호숙 회장은 “앞으로도 문화가 소외된 곳이나 군립도서관으로 찾아오기 어려운 곳을 찾아 뵐 생각이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이어 “한글 공부하는 어르신들도 찾아뵙고 멀리 떨어진 지역의 아이들도 찾아갈 것”이라며 “더 재미있고 알찬 그림자극을 만들어 계속 활성화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끝으로 황 회장은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란 말이 있다”라며 “자신만의 아이가 아닌 지역 아이들과 어르신까지 그림자극이 계속 함께할 수 있도록 군립도서관 측의 계속적인 지지와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순창=우기홍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