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더위에 젖소도 기진맥진
가마솥더위에 젖소도 기진맥진
  • 김기주·임덕룡 기자
  • 승인 2017.07.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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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축산농가의 힘겨운 여름나기
▲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27일 전북 진안군에 위치한 한 축산농가에서 젓소들이 집중적으로 설치된 대형 선풍기와 수분 분사기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김얼 기자

 “연일 펄펄 끓는 폭염속에 젓소들이 푹푹 쓰러지고 있어요. 이를 막기 위해 축사 지붕에 물도 뿌리고 보양식을 먹이고 하느라 정작 내가 죽을 맛입니다.”

 푹푹 찌는 ‘가마솥더위’가 연일 지속되면서 불볕더위에 지친 가축들을 위해 축산농가도 여름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뙤약볕 속에서 가축들이 무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폐사하거나 지쳐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온도를 낮추기 위해 연신 물을 뿌리고, 보양식을 챙겨주는 등 농민들은 축사의 활기를 찾으려고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27일 전북도에 따르면 전날까지 전북 지역에서 폐사한 가축 수는 37만3790마리다. 가축별로는 닭 36만7909마리, 오리 4500마리, 돼지 1381마리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폐사했다. 폐사는 전북에 처음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 사흘 만인 지난달 19일부터 시작됐고, 첫 폭염경보가 발효된 이달 21일부터 급증했다.

 이처럼 축산농가들이 폭염과 사투를 벌리고 있어 27일 오후 2시 진안군 물곡리 소재 한 축산농가를 방문했다.

 해당 농가에 설치된 온도계 바늘이 이미 32도를 넘어섰다. 축사 내 100여 마리 젖소들은 무더운 햇빛을 피하고자 축사 한쪽에 설치된 대형선풍기 쪽으로 몰려 있었다. 일부 젖소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만사가 귀찮은 듯 꼼짝하지 않았다.

 더위에 약한 젖소들은 사료도 먹지 않고 연신 헉헉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농장주 유민기(31) 씨는 “지속된 무더위에 젖소들이 먹는 양과 활동량이 줄어 평균 우유 납유량이 이미 10%가량 감소한 상황이다”며 “축산농가들은 향미제와 영양제를 첨가한 ‘특식’을 제작해 젖소의 식욕을 살리고자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씨는 또 “요즘 같은 기간에는 더우면 더위 걱정, 장마 때는 혹여나 여물에 곰팡이가 생기지 않을까? 항상 걱정이 앞선다”며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여름은 가장 힘든 계절이다”고 어려운 심정을 밝혔다.

 더위를 식히고자 24시간 돌아가는 선풍기와 시원한 물을 뿌려주는 스프링클러로 무더위는 한결 나아졌지만, 이에 대한 비용은 고스란히 업주에게 전가된다. 하루에 스프링클러로 사용되는 물만 5톤 이상이고, 전기료도 평소보다 10~15만 원 이상 청구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열대야현상까지 이어지면서 밤낮 가릴 것 없이 축사와 젖소의 상태를 살펴야 하는 탓에 유 씨는 여름휴가는 생각하지도 못한다면 힘겨운 여름나기의 고통을 호소했다.

 전북도에 따르면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폐사신고는 닭·오리·돼지 등 총 37만 3790두수로 이에 따른 보험금만 약 15억 원 상당으로 집계됐다. 가축재해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농가를 고려했을 때 실제 폭염으로 인한 전북 축산농가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김기주·임덕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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