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 군사회담 조건 없이 응하라
北, 남북 군사회담 조건 없이 응하라
  • 고재흠
  • 승인 2017.07.2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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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정부는 북한에 군사회담과 이산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동시에 제의했다. 정부의 이 같은 제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밝힌 ‘신(新)한반도 평화비전’, 이른바 ‘베를린 구상’을 구체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 우리 정부 제안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북한은 2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상대방을 공공연히 적대시하고 대결할 기도를 드러내면서 그 무슨 관계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여론 기만행위”라고 우회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비춰 다음달 1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갖자는 제안에도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실상 남북 군사ㆍ적십자 회담이 물 건너 간 셈이다.

일부에선 이번 군사회담 제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가 본격화하는 상황이어서 시기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이 유엔 결의안을 거듭 묵살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군사적 긴장 행위 중지를 명분으로 북측에 군사회담을 제안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를 이완시키는 행위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측에 제의한 남북 군사회담과 남북이산가족 상봉에 응답이 없는데 대하여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북한은 우리의 제의보다 더 큰 것을 얻어내기 위한 북한 지도부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우리로부터 군사분계선(MDL)에서 확성기 심리전 방송 중단 등의 선(先) 조치나 미국과 일본 등의 북핵 공조에 균열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 기관지인 재일본조선신보는 “남조선 당국의 관계개선 의지를 말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 문제를 풀어가는 각오와 행동을 근거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결국 북한은 남측에 대화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가 여러 일정을 구상하여 제의했는데도 북한이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안에 이제껏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특히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이산가족 상봉의 애끊는 호소에 응답하는 차원에서라도 북한은 이 현실을 깊이 새겨 응해주기 바란다.

북한이 남한의 제안을 당장 일축하지 않고 고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남측에 대화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북한이 별도의 시간과 장소를 제의할 수도 있고, 또 추가적인 조건을 붙여 ‘역제안’을 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북한의 절대 권력자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을 손에 들고 21세기 국제사회의 큰 명제로 부상하는 중이다. 그는 나이가 젊고 경륜이 부족한데다, 오직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비이성적이고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다. 선의를 베풀기엔 너무 자질이 부족하고 어떤 유화책이나 당근으로도 설득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그만큼 다루기가 난감하고 영악한 상대라 하겠다.

북한은 우리의 대화 제의에 무반응 하는 것과 별개로 핵과 미사일 등 추가도발을 계획하는 정황도 최근 포착됐다. CNN방송은 19일 미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앞으로 2주 이내에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발사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제라도 남측이 내민 손을 반갑게 잡아야 한다.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가 심화되고 있는 지금 남북대화에 응하는 것이 북한에서도 전략적 이익이 된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북한은 더 고통스럽고 더 어려워질 게 뻔하다. 대화조건을 따지거나 주도권을 놓고 샅바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특히 나이가 많은 남북이산가족의 애타는 심정을 헤아려서라도 우선 대화에 나오는 게 중요하다. 북측의 호응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수필가/고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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