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이대로 괜찮은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이대로 괜찮은가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7.07.20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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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측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했을 때만 해도 오자 논란에 대한 명쾌한 대책이 나올 줄 알았다.

 심사 과정에서 오자를 걸러내지 못한 잘못을 인정한 상태인 만큼 대회의 공신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오자 논란의 중심에 있는 대상 수상작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측의 이날 해명을 듣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명백하게 잘못을 인정하지만 그 잘못으로 인해 대상을 수상한 작품에 대해서는 수상 취소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날 김병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은 심사 과정을 거쳐 최종 감수에서 낙관의 오자를 발견 못 한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대상 취소는 젊은 수상자에게 가혹한 결정이란 말로 수상 번복은 없다고 밝혔다.

 김 총감독이 작품 공개 이전에 대상을 수상한 작가로부터 한밤중에 연락을 받고서 낙관 부분에 오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작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이유로 대상 수상자에게는 다음날 예정된 기자간담회를 참석했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김 총감독의 이같은 언급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도내 문화부 기자들은 김 총감독의 그러한 발언을 듣고 즉시 성토하며, 그때만이라도 개선의 의지를 보였다면 이 지경까지 왔겠느냐고 집단 항의했다.

 하지만, 김 총감독은 낙관 오자에 대해 대수롭지 않아 하는 인상을 풍겼다.

 낙관의 오자는 본문의 오자 만큼 대상 취소를 결정할 만큼 중차대한 일로 여기지 않는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것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오자 논란 경위 및 소명에도 나타나 있다.

 이 때문에 조직위나 김 총감독이 말하는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김 총감독은 “학자로서, 교수로서, 연구가로서, 총감독으로서 낙관 오자는 대상을 줘도 문제 없다”는 발언을 하며 서예계가 오자 문제로 오히려 위축되면 안 된다고 쟁점을 비켜갔다. 

 과연 서예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20년 차에 접어들어 공신력 있는 서예비엔날레가 그나마 명성을 유지하던 것도, 자칫하면 대상작의 오자 문제로 공든탑이 무너질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혈세를 투입한 전라북도는 방관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 총감독이 오자 문제를 침소봉대로 여기면, 앞으로 서예비엔날레의 공모전은 오자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이제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용기와 결단이 김 총감독에게 필요한 때이다.

 20년동안 공들여 쌓은 신뢰의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야 말로 서예계를 위기로 몰아넣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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