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적 생명관을 노래한 천지합일의 충기(沖氣)
우주적 생명관을 노래한 천지합일의 충기(沖氣)
  • 김동수
  • 승인 2017.07.2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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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의 금요 전북문단 / 47.김연경(金蓮京: 1940-) -
 전북 정읍 출생. 본명은 김서운. 이순이 넘은 나이에 문학에 뜻을 두어 문예창작반과 방송통신대학 국문과를 수료하고, 2009년 <<문예연구>>로 등단. 이어 전북시인협회, 열린시문학회. 온글문학회으로 활동하면서 시낭송에도 관심을 기울여 전북시낭송대회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2015년 시집 <<초록의 근육>>을 발간하여 세상에 빛과 생기를 심어주고 있다.

 

  나의 배꼽이 숨 쉬던 우주의 끈이

  끊어져 오래 되었건만

  아랫배 실핏줄 엮어 몸 불린

  사리들이 보배롭다

 

  피가 돌고

  지구를 굴리던 사랑이 자라

  우주이던 당신이

  어느 날 소리 없이 내게 와

  또 하나 끈을 잇대어주곤

 

  금테 둘러 반질반질 눈 띄어준

  하늘의 푸른 깃

  날개 달아준 당신은

  천하에 없는 묵언 성자였다.

  -<聖者 호박> 전문

 

  시적 대상, 곧 ‘호박 덩이’를 보면서 ‘묵언(수행 중인) 성자’의 모습을 떠 올린다. ‘나의 배꼽이 숨 쉬던 우주의 끈이/ 끊어진지 오래되었건만’ 안에서 노랗게 영글어 있는 ‘호박씨들’을 떠올리면서 역시 그 ‘사리들이 보배롭다’고 한다.

  ‘지구를 굴리던 사랑’과 ‘하늘의 푸른 깃’이 자라 ‘마른 줄기’에 ‘성자’가 열리고, ‘끊어진 끈’ 속에서 ‘사리들이 보배로운’ 경이, 그것은 곧 그의 유기체적 우주관을 바탕으로 한 불교적 연기론과 일원론에 다름 아닌 초원적 상상력이 빚어낸 은유의 힘이 아닌가 한다.

 

  산등성이 울퉁불퉁 내리 뻗다가

  힘겹다 힘겹다 하고

  풀썩 주저앉아 날개 펴고

  이른 봄 깃털을 손질하는 산

 

  새 옷 갈아입은 나무들도

  어머니 품인 양 가슴 파고드는 물소리에

  귀가 열려

 

  어린 새순

  손가락 고물고물 눈 비비고 나면

  산은 젖 물리고

 

  물은 물대로

  밤낮을 쥐었던 손 활짝 펴

  처음도 끝도 없는 영원으로

  살짝 돌아 눕는다

  -<젖 물리는 산> 에서

 

  산과 물과 나무가 모두 하나의 생명적 존재로 우주와 일체가 되어 화엄 세계를 이루고 있다. 봄이 되자 동면에서 깨어난 산(山)이 ‘고물고물 눈 비비고’ 솟아난 새싹들에게 ‘젖을 물리고’ ‘깃털을 손질하는’가 하면, 겨우내 꽁꽁 얼어 ‘밤낮을 쥐었던 손(얼음) 활짝 편’ 물(水)도 이제야 풀려 나무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산의 모습에서 평소 자애롭고 넉넉한 김연경 시인의 모성을 엿본 듯하다. 산과 나무와 물이 하나가 되어 산천을 감고 도는 생명 에너지가 온 우주에 탱탱한 일원대도 봄산[春山]의 풍경이다.

 

  초록 근육들이/ 오월 하늘에 가슴을 열어젖히고/ 세상을 들이쉬었다 내쉬며/-생략-/ 내게 다가오려 하네// 가슴 가득 담았던 사랑도/ 은근 슬쩍 스며들고 나면// 뼈끝마다/ 소리종 매단 햇살이/ 밤새는 줄 모르고/ 어느새 뾰족이 봄을 내밀고 있네‘

  -<초록의 근육>에서

 

  한 편의 시가 온통 은유로 되어 이 시에서도 역시 봄의 정령들로 생명감이 넘치고 있다. 김연경 시인은 이처럼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거기에서 생명적 고양감을 건져 올려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 안은 통찰과 화해의 모성적 시인이라 하겠다.(김동수: 시인. 백제예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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