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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 고금(避暑 古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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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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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의 무더위 피서는 지그시 버티는 정적 피서를 했다. 집안에 앉아 부채로 더위를 달래다 기껏 이동해도 동네나 이웃마을에 흐르는 개울물이 고작이다.

 ▼ 고려 때 시인 이인로는 "나물 먹고 배불러서 손으로 배 문지르고.<중략> 돌 위에 앉아 두다리 드러내어 발을 담근다. 한옹큼 물을 입에 머금고 주옥을 뿜어내니 불같은 더위가 도망가고" 탁족부(濯足賦賦)의 시 한구절이다. 더위 속에 들어앉아 부채질하는 손 움직임마저 힘겹게 느끼는 정적 피서가 아닐 수 없다.

 ▼ 중국의 양귀비는 오월 더위에도 숨을 헐떡거리는 비만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운 여름철에는 ‘빙잠’을 입었다고 전해진다. ‘빙잠’은 대설산의 눈 속에서 자라는 누에고치 실로 짠 옷을 말한다는데 그 옷을 입으면 아무리 더운 날씨라도 3척 앞에서 더위가 물러간다는 것이다.

 ▼ 양귀비의 세도를 등에 업고 임금보다 호사를 누리는 그의 오라버니 양국충은 얼음판으로 산과 바다와 십장생을 조각한 ‘빙병’이라는 병풍을 두르고 여름철을 보냈다고 한다. 당나라 때 어느 부잣집에서는 삼복의 무더운 날씨에 찾아온 손님에게 가죽부채를 내놓는데 가죽부채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절로 난다고 했다.

 ▼ 오래 놔두면 한기를 느낄 정도로 시원하다는 것이다. 그 부채를 용피선(龍皮扇)이라 했는데 신라 근해인 동해안에서 나는 특수어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연일 40도를 육박하는 폭염으로 열대야 현상까지 빚어져 밤잠을 설치고 있다. 더위를 지그시 버티기에는 너무나 무더운 날씨다. 그래도 무더위를 견디는 것은 선조의 정적 피서 DNA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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